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1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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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초창기 시절 동생의 이것저것 잡다한 블로그에서 와인에 관한 것도 좀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저나 얘나 와인에 대해 관심을 두었던 건 '신의 물방울'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동생은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했으니 와인을 여전히 종종 즐기는 것 같은데, 저는 '신의 물방울'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 그쳤습니다. 그러므로 와인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만화를 보았으니 포도밭이 어디고, 연대가 어디고 하는 걸 따진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진짜 딱 거기까지입니다. 제가 와인을 마셔 본 건 손가락에 꼽을 만큼 일 거예요. 20대 때는 소주, 막걸리, 그리고 위스키 주종을 즐겼었고, 30대 때부터 술을 점점 멀리하다가 지금은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몸이 자꾸 아프니까 간을 소중하게 다룬다는 의미로 잘 참고 있다가 애가 조니워커를 권하면 아주 조금 온더록스로 마십니다. 그러니 와인이란 저에게 샹그리아의 재료, 뱅쇼의 재료, 꼬끄뱅의 재료 일뿐입니다.(애호가님들께는 더할 나위 없이 무식한 말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가끔은 와인에 대해 궁금증이 일기도 합니다.

도대체 저 병안에는 무엇이 들었길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것일까, 잠깐의 기호품 그 이상의 의미를 차지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거요. 그 매력이 무척 궁금하긴 하지만 혹시나 손을 대었다가 헤어 나오지 못할까 두렵기도 합니다.

저는 와인 초보도 아니고, 와인 방관자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냉장고 위에 스파클링 와인 한 병 얹어놓고 언제 먹을까 궁리하는 꼬꼬마입니다. 방관자임에도 불구하고 와인에 대한 궁금증은 애주가도 아니면서 스피릿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이라고 말하는 작가 임승수가 저를 보면 그런 방관자 주제에 왜 이 책을 읽었느냐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이것 역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마시지는 않지만, 마시는 사람들의 마음도 궁금하고 어떤 와인을 어떤 때에 마시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지난 2월 엄마 집에서 가지고 온 와인의 코르크를 따는 데 애먹지만 않았어도, 그 와인이 떫고 맛이 없지만 않았어도 그때 와인교에 발을 넣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저는 떫은 와인의 봉오리를 열리게 하는 방법도 몰랐고, 그때 사용한 코르크 따개는 거의 일회용처럼 되어버려 쓰레기통에 버려졌습니다.

와인교의 사도바울이라고 하는 임승수의 전도를 미리 받았더라면, 내 피에도 와인이 흐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이라고 말하는 그의 책은 무척 흥미로우며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와인 입문자에게는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며 애호가에게는 즐거움을 더할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와인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입문자를 슬슬 애호의 길에 빠질 수 있는 동아줄을 내려줍니다. 할인 판매가라거나 정가에 속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부터 가성비가 좋은 와인도 추천합니다. 와인에 얽힌 개인적인 이야기도 위트 있게 버무려져 있어서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습니다.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정보가 상당히 많고, 와인에 대한 정보도서라고 하기엔 개인적인 취향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책에서도 이르듯, 이 도서는 에세이도 아니요 정보도서도 아닌 와인 간증서인 것입니다. 다른 것이 아닌 오롯이 작가의 생활비를 탈탈 털어 넣어 직접 느끼고 체험한 것을 전해주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신의 물방울은 아니에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마르크스주의 책을 쓰는 사회학 작가가 와인을 마시면서 쓴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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