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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
안대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3월
평점 :
모든 요일이 좋을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그걸 알고 있기에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젊은이들에게 지금의 너희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알려주마라고 할 필요는 없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조언해 주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지만, 그들이 살아온 인생의 크기가 내 인생의 크기보다 작다고 결코 쉽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니 너희들이 알 게 무어냐하고 큰소리 떵떵 치는 이들이 있는데, 오히려 그런 이를 보면 작고 작은 세계에서 살았구나 하며 혀를 차게 된다. 이렇게 그들의 그릇의 크기를 재고 있는 나 역시 그런 인간들 중 하나겠지.
각각의 지내온 인생 - 흘려보내기도 하고 가열하게 살아오기도 했던 그 시간들이 모이면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와도 같다. 모든 생을 살아 볼 수 없기에 우리는 소설을 읽기도 하고, 에세이를 읽으며 그들의 인생을 내 인생 한편에 꽂아 두어본다. 때로는 위로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를 건네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어느 쪽일까.
<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의 작가 안대근은 인스타그램 속에서도 딱 이런 색이다. 너무 초록 초록하지도 않은 적당한 연둣빛의 그런 느낌. 화려하거나 강하지 않아서 오히려 안심이 된다. 세상 속에서 부대끼고 있는 이들 중에서도, 아니 인스타에서 화려함을 뽐내고 있는 이들 중에서도 그와 같은 사람이 있겠지. 다들 가면으로 자신을 두르고 괜찮은 부분, 좋은 부분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서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알지 못하며 겨우 그것에 머무르려 한다. 그래도 그들 역시 또 일주일을,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거겠지.
컨디션이 시원찮은 탓에 누워서 <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를 펴 들었다. 초록빛이 눈에 좋다던데, 속았잖아. 마음에도 좋은가 보다. 그냥 남의 인생을 조금씩 들여다보고 있었을 뿐인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궁금해졌다. 이름은 남자 같지만 그래도 아닌 경우가 꽤 많으니까, 나를 포함해서. 그래서 그의 인스타를 들여다보았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기도 하는 선이 가는 남자였다. 다행이었다. 책을 통해서 느껴지는 느낌 그대로였으니까. 만일 우락부락한 남자가 튀어나오기라도 했으면 깜짝 놀랐을 테니까.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에 대한 묘사가 점점 더 진해진다. 선이 가는 것과 손에 땀이 많은 것까지 포함해서. 중간에 몰래 문틈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에 더 느낌을 선명하게 가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본건 모자를 쓴, 마스크를 착용한 그의 모습뿐이지만 조금 알게 된 거 같은 느낌이다. 이 역시 그에 관한 일부일 뿐일 테지만.
그는 여전히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을 지내고 주말을 만날 두근거림을 안고 있겠지.
나 역시 그렇다.
주말이라고 달라지는 것도 전혀 없는데.
그래도 목요일의 나는 여전히 주말을 기다린다. 딱 하루만 더 버티면 돼, 라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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