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 - 직장인을 위한 슬기로운 대학원 생활
정재엽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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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인터넷 글을 보았습니다. 벤젠고리처럼 생긴 육각 구조의 건물에서 방을 찾아 헤매던 학생이 마침내 누군가를 만나 자신을 따라오라는 손짓에 구원자로구나 하고 따라갔더니 그대로 대학원으로 끌려갔다는. 다른 드립 말고 이게 먼저 생각나는 이유는 지난주에 애가 학교에 갔다가 네모 구조의 건물에서 길을 헤맸었거든요. 대학원에 관한 각종 드립이 떠돌아다니는 요즘에도, 그러니까 마치 무언가를 잘못해서(잘해서) 교수님의 눈에 띄게 되면 대학원에 갈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식의 글이 많은 요즘에도 대학원에 가서 학위를 따야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취업이 급하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보다도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재직자 중에서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이 제법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들은 하나만 하기도 어려운 직장 생활과 대학원 공부인데 굳이 한 번에 두 길을 가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첫 번째는 생계형 유형으로 자신이 처해 있는 조직에서 학위를 취득하면 승진이 되고 연봉도 오르는 경우입니다. 결국 주변의 동료들이 모두 학위를 취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 취득하지 않으면 또 곤란하겠죠. 평가절하 된다고 느끼는 경우도 생깁니다.

두 번째는 커리어 체인지 형입니다. 학위를 취득함으로써 자신의 커리어를 품에 안고 교수직이나 연구자로 가기 위한 유형입니다. 보통 공공기관에 계신 분들이 이 루트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자기만족형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이 자신의 브랜드 화를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서 도전하는 경우인데요. 이와 더불어서 커뮤니티 형성을 많이 하십니다. 자신이 하는 것들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네 번째는 박사 수료 만족형입니다. 학위를 꼭 취득하겠다는 것보다는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소속감을 느끼는 걸 좋아하는 유형인데요, 코스워크 기간이 늘어져서 오래 머무는 분도 계시고 취업, 결혼, 출산 등의 신변 변화로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이상 프롤로그의 내용참고)

어찌 되었거나 대학원을 가려고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부딪혀야 하는 일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이공계와 문과 대학원은 서로 다른 점이 있겠습니다만, 결국 이들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비슷하게 일어날 테니까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까요. 아니, 아예 미연에 방지할 수 없는 걸까요.

공부 좀 한다더니 사람이 변했다라거나 유세를 떤다라거나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밸런스를 잘 맞추면서 모든 걸 잘 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재엽은 직장인이 대학원 생활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 A to Z를 <내가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에 담았습니다. 일과 가정 그리고 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해나가는 과정을 자기 계발서와 같은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받아들기 전에 에세이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책인가 했다가 딱딱 떨어지는 문장들이라 다소 당황했습니다. 그렇지만 읽다 보니 직장인 대학원생에게 어떤 가이드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여기서의 대학원은 박사학위 과정만을 다룹니다. 이미 직장에 가기 전에 석사를 취득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인가, 아니면 석사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직장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인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학원을 다니다가 중퇴했는데, 당시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던 동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많게는 스무 살 정도 차이가 나는 사이지만 동급생이라는 의식으로 함께 화목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모두 끝까지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자퇴한 이후 줄줄이 자퇴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흔들거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상황에 공부라니 무슨 소리냐고 하는 주변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반드시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 책을 통해 가이드를 받고 주변과 부드럽게 화합해 나가면서 이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진학 전이라면 미리 준비해서 읽고 들어가는 것도 추천합니다.

각 분야별 박사 15인의 생생한 인터뷰는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평탄하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음에도 그 후에 얻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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