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p.10




어릴 때부터 속을 내보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위로의 말을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서툴렀습니다.


내 앞에 닥친 것들은 모두 다 내 것으로, 내가 다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너무 불쌍해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책 속의 한 구절을 보고 느닷없이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 그동안 잘 해오고 있었구나.



위로란 그런 건가 봅니다.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가 다가와 어깨를 안아주고 등을 다독여주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 


다른 이에게는 다른 의미로 전해질 지도 모르는 것이 내게는 위로가 되는 것.



<희한한 위로>의 저자 강세형은 어느 날 베체트 병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유전자에 새겨진 병이라니. 무척 속상할 법도 한데, 저자는 도리어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제까지 내가 잘 못해서 아팠던 게 아니었구나.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하면서요.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역량껏,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삶이 아무렇게나 돼도 상관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픈 게 좋은 사람, 힘든 게 좋은 사람이 정말 있긴 할까. 이미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서로에게 '노력'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의미한 일인지, 이제는 나도 좀 알 것 같다.


-p.19




SNS에 길들여져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언제나 즐겁게 사는 것 같이 보이겠지만,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나도 슬프고 그들도 슬프고, 나도 즐겁고 그들도 즐겁습니다. 각자 다른 부분과 이유에서 말이에요.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마음에 달린 것 같습니다. 


강세형은 희한한 사람입니다. 


이 에세이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진하게 던지지는 않습니다. 경쾌한 삶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나와는 다른 이유로 아프고, 나와는 다른 이유로 기쁩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동화되어 함께 기뻐하고 함께 우울해합니다. 


아주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슴에 와서 안기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닌 이야기를 합니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내가 원하는 내일을 기다리는 데 지쳐서, 그러다 깜빡 내가 정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도 잊어버린 채, 어제의 기쁨까지 끌어모아 그게 마치 또 새로운 추억인 듯 나를 달랜다. 


-p.168




작가의 글을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나는 나의 발자국을 돌아봅니다. 


기억에서 희미해진 상처들을 나는 더 이상 경험하지 않고 기억해야 함을 이해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나는 또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운이 좋아서 나는, 나의 마을을 발견했다. 식물들이 가득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과 영화가 있는, 그리고 내가 가장 힘든 순간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마을을 발견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이 마을은 어쩌면 내가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p.227



​*** 수오서재에서 제공해 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