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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속의 중국 문화대혁명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바바 기미히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4월
평점 :
문화대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마치 분서갱유와 같았던 슬픈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문화대혁명을 다루기도 하는데요. 영화 <마지막 황제>나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 뿐만 아니라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M. Butterfly>에 등장하는 문화대혁명보다도 영화 <패왕별희>에서의 그것이 가장 충격적이고 슬펐습니다. 홍위병들에게 끌려 나와 팻말을 목에 걸고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픕니다.
당시 얼마나 많은 문화 예술계 사람들이 문화대혁명에서 희생되었을까요. 과거 분서갱유와 유사한 문화 탄압의 사건들이 있었지만 문화대혁명만큼 많은 문화재와 사람들이 파괴된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4000년 동안 쌓아온 문화를 스스로의 손으로 무너뜨린 비극적인 사건이 정치적인 이유였다니 정말 슬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의 이와나미 신서의 신간 <세계사 속의 중국 문화대혁명>의 개요를 읽으면서 좀 어리둥절해졌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중국 내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세계사에 영향을 미쳤다니.
하지만 어쨌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는 서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으니 문화대혁명 역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이 책의 저자 바바 기미히코는 문화대혁명이 일어난 이유와 진행,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날 때 즈음하여 일어난 인근 국가,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이미 많은 사람이 - 저는 그렇지 못했지만 - 문화대혁명에 대해 잘 알고 있으므로 문화대혁명 자체에 대한 언급은 적습니다.
1965년 인도네시아 공산당의 군인 장교들이 일으켰던 9.30 사건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중국은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 반소련에 동조하는 국제적인 우당, 우호국을 한꺼번에 잃었고, 국제적 고립의 사면초가에 빠지고 마는 현실에 직면하였던 와중에 문혁은 자력갱생이라는 건국, 건설의 교조적 이념을 관철하면서 채택할 수 있던 몇 안 되는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마오쩌둥이 결의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점(p.12)을 들어 인도네시아의 사건을 문혁이 일어나는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책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어 설명하는 게 아닌, 국제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데요. 문혁이 국제에 미친 영향에 일본도 무관하지 않다 할 수 있습니다.
실체가 없는 문혁(문화대혁명)의 망령이 꺼졌다가 다시 아무도 모르게 슬금슬금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사회집단에 빙의하여 혼란, 무질서, 파괴를 초래했습니다. 나무 위키에서 문화대혁명/악영향을 검색해보면 그 피해가 어마어마한데도 세계사 측면으로 들어가면 긍정적인 역할을 한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근현대사는 진행 중인 것이라 옳고 그름을 함부로 이야기하거나 판단하기에는 제 지식이 짧아 언급할 수 없습니다만, 이 책을 통해서 읽어나가다 보면 해외의 진보, 좌파에서는 문화대혁명을 찬양하며 따라가려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걸 알 게 됩니다. 중국의 문화 대혁명처럼 문화재를 부수고 문예인을 핍박하는 것보다는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화를 파괴하는 것에는 과연 동의를 했을는지.
이 책을 읽다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되돌아가서 읽기도 하며 많은 플래그를 붙였는데, 여전히 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이제껏 패왕별희의 한 장면으로 생각했던 문화대혁명이 이제는 다른 관점으로 보입니다.
책을 몇 번 더 읽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문화대혁명에 대한 글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더 읽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