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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전 -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사람 사전>을 읽다가 국어사전을 열어보았습니다.
깔끔한 단어의 설명. 가끔은 뜻 모를 한자가 섞여있어 다시 그 한자어를 찾기 위한 여정. 나쁘지 않은 작업입니다.
요즘 세상에 웬 국어사전이냐 하실지는 모르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오가는 저희 집은 종이로 된 국어사전과 영어 사전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가끔은 국어사전을 찾는 것이 미련한 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국어사전을 만드는 동안 말의 배를 타며 노를 젓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감격스러워합니다.
딱딱해 보이는 국어사전에도 사람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사람 사전>에는 사람이 보입니다.
정철이라는 사람이 보입니다.

작년 9월에 김버금의 '당신의 사전'이라는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단어를 통한 짧은 에세이였는데요. 저도 국어사전을 펴서 눈에 띄는 단어를 가지고 에세이를 써볼까 하다가 금세 잊어버렸습니다. 정철의 <사람 사전>은 '당신의 사전'보다 더 짧은 이야기로, 더 많은 단어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이 만약 소설이라면 호시 신이치 스타일로 쇼트-쇼트가 될 뻔했습니다. 그렇게 짧습니다.

단어들은 국어사전처럼 ㄱ, ㄴ, ㄷ 순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말 사전처럼 그리되어 있습니다.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단어들은 새로운 뜻을 품고 있습니다.
정철의 생각이, 사람의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그 생각은 나의 생각과 같을 때도 있고, 전혀 다를 때도 있습니다.
나는 그 단어와 문장을 보며 내 이야기도 떠올리고, 지어내기도 합니다.
<사람 사전>은 그의 사전이고, 또 나의 사전입니다.

내일은 '봄비'를 내는 날입니다.
그리 많지 않은 '금액임에도 낼 때마다 좀 아까웠습니다. 그건 아마도 관리비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일은 아깝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매일 계단과 손잡이까지 소독을 해주시는 미화원님의 노고를 떠올리니 더 그렇습니다.
이제부터는 기쁜 마음으로 '봄비'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이제 관리비는 봄비입니다.

<사람 사전>은 하루에 다 읽으려면 피로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많이 몰려와서 그렇습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나의 의미를 넣으면 더 그렇습니다.
피로하지만 즐거운 과정입니다. 그러니, 이 책은 부디 한 번에 읽지 마시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주셔요.
아니면 뜨문뜨문, 아무 데나 펼쳐서 눈에 띄는 구절을 읽어도 좋습니다.
해답의 책처럼 말이에요.
어쩌다가 눈에 들어온 구절이 나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 위로를 노트에, 메모지에 적어보셔요.
포스트잇에 적어서 책에 붙여도 좋고, 연필로 사각사각 마치 고등학생 때 교과서에 토를 달아 두듯, 나만의 주석을 달아도 좋겠어요.
이 단어는 나에게 이런 의미였다고 자신에게 말해보셔요.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사람 사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