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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나무꾼
쿠라이 마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이 이야기, <괴물 나무꾼>이 시작됩니다.
이 소설은 연쇄 살인마를 쫓는 사이코패스 변호사의 끈질긴 추격전이라는 띠지를 달고 있습니다. 제1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죠.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 살인마는 아닙니다. 공감 능력이 제한적이라거나 거의 없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사나운 범행을 저지른 이들은 세상에 사이코패스로 드러나지만,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성실히, 다만 연인이나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정도로만 살아가는 이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뛰어난 정치가나 사업가 중에는 사이코패스가 제법 있기에 사이코패스가 역사를 이끌어갔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괴물 나무꾼>의 주인공 니노미아도 그런, 자신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훌륭한 변호사 업무에 이용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연쇄 살인마를 끝까지 쫓아 제압하는 그런 류의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오해였습니다.
그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였습니다.
자신도 살인마이면서 도끼를 든 연쇄 살인마를 쫓다니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요.

심지어 니노미아의 절친 의사 스기타니 역시 사이코패스입니다.
니노미아가 쾌락 살인마라면, 스기타니는 의학 연구를 빙자한 살인마입니다.
이 두 살인마가 괴물 나무꾼 마스크를 쓴 살인마를 추적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놈이 감히 자신을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괴물 마스크를 쓴 그놈은 이미 다른 이들을 죽였습니다. 경찰은 그를 연쇄 살인범으로서 뒤를 쫓고 있습니다. 그러다 주차장에서 습격을 당한 니노미아에게 이르러 습격 당시의 정황을 듣지만 니노미아는 일부러 범인의 인상착의 - 가면을 썼으니 알 수는 없지만 도끼를 들었다거나 하는 그런 정보를 숨깁니다. 그놈을 직접 잡아 죽이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그놈에게 습격당한 후 자신에게 있어서는 안 되는, 있었던 적도 없었던 감정이라는 게 솟아나 마음이 복잡합니다. 심지어 녀석 덕분에 머릿속에 뇌칩이라는 감정 억제 칩이 심겨있는 것도 알게 됩니다.
도대체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뇌에 칩을 심었는지. 그리고 녀석은 왜 자신의 머리를 노리는 건지. 반드시 알아야겠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니노미아나 스기타니가 괴물 나무꾼을 잡는 것은 정의도 아니고 뭣도 아닌 탓에 기이함을 감출 수 없었고 진심으로 그 어느 누구도 응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경찰을 응원해야 할 텐데, 경찰에게서는 매력이 느껴지지도 않고.
니노미아의 카리스마에 휘말렸는지, 화를 내면서도 그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종장에 이르러서는,
정말 이게 좋은 선택인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가독성 좋고, 리듬이 무척 빠른 소설이었습니다.
<괴물 나무꾼>의 스릴을 즐기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혹시 이 작가의 소설이 계속 나온다면 또 읽어보고 싶습니다. 묘한 느낌이 있는 소설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