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의 문제 - 같은 문제가 아침과 저녁에 다르게 보이는 이유
로버트 E. 세이어 지음, 김태훈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기분의 문제'란 무엇인가를 알아보려면 일단 '기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았죠.


기분이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 컨디션, 현재 행동의 전제. 그런 게 아닐까 했는데요. 국어사전에 따르면' 대상, 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이라고 합니다.


이 책 <기분의 문제>의 가장 첫 번째 챕터, 첫 번째 장에서도 '기분'이란 무엇인가부터 다루는데요. 이 책에서는 기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되는 이면의 감정으로 정서와는 다른 것이라고 합니다. 정서와 공통점이 많은 감정이지만 기분은 정서보다 덜 강렬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여기에 인지를 더합니다. 대개 의식되며, 감정으로 이야기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죠.



이 책은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E. 세이어의 저서로, 생물 심리학, 심리 생리학 관점에서 연구한 학자답게 이 책에서도 호르몬 작용을 비롯한 생리학의 이론적 근거 및 작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심리학, 과학 특히 생리학, 생화학 등에 관심 있는 저는 무척 흥미롭게 읽었지요.



'기분'을 인지를 통한 심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신체의 변화에까지 연결하는 건 특히 더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아는 건 일부 교감, 부교감 같은 신경계와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등 몇 가지 호르몬 작용뿐이었는데요. 근 골격계를 포함한 신체 전반에까지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느꼈겠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기분에 따라서 다른 판단을 하거나 행동을 하게 되는데요. 자신의 패턴을 잘 찾아서 행동한다면 경솔한 행동이나 우울은 줄이고, 좀 더 효율적으로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이 패턴을 네 가지로 나누어서 연구, 관찰하고 그것을 토대로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기분 조절 스위치를 끄고 켜는 법을 알려줍니다.


저자가 말하는 네 가지 패턴은 이렇습니다.





차분-활력: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치며 긍정적인, 일하기에 가장 좋은 상태. 활력이 높고, 긴장은 낮다.


차분-피로: 자기 직전에 드는 기분. 스트레스는 없지만 에너지도 바닥이다. 활력과 긴장 모두 낮다.


긴장-활력: 마감일이 다가올 때 드는 기분. 심장박동이 늘며 긴박감이 고조된다. 활력과 긴장 모두 높다.


긴장-피로: 완전히 녹초가 된 상태. 피곤한 신체는 불안, 예민, 부정적 생각과 결합된다. 활력은 낮고, 긴장은 높다. 잠이 부족하거나, 패스트푸드를 먹었거나, 카페인 같은 각성제를 취했을 때 상태가 악화한다.





이 패턴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시간에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고요 생활 패턴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을 꾸준히 관찰하고 들여다본다면 자신의 패턴을 찾을 수 있을 테고요.


그렇다면 계약이라거나 중대발표 같은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에 적합한 시간을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테고요.


원인을 알면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저의 경우 메모장을 활용해서 3월 3일의 일을 적어보았습니다.





요즘 수면의 질이 낮아 반드시 새벽에 깨곤 하는데, 어제는 특히 세 시간 자고 일어난 후 다시 잠을 잘 수 없었기에 그대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긴장-피로한 상태였죠. 후드를 타고 넘어오는 이웃집의, 생선을 튀기고 튀겼던 프라이팬에서 또 생선을 튀기는 냄새가 나서 짜증이 폭발했습니다. 우리 집 후드를 켜고 창문을 죄 열면서 짜증을 부렸습니다.


눈을 감고 숨을 내쉬며 생각했어요. 아. 수면 부족으로 인한 긴장-피로 상태로구나. 그래서 8시부터 9시까지 잠시 잤습니다. 일어난 후에도 머리가 멍한 것이 기분이 완전히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차분-피로였죠. 스트레스는 없지만 에너지도 없었어요.


<기분의 문제>에서도 말하지만 기분을 환기 시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운동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힘찬 운동은 못하지만, 걷기라면 가능하기 때문에 점심 식사 후 바닷가에 다녀왔습니다. 마트도 들러 장도 보고요. 코로나19때문에 손님은 없어서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왕복 십 리를 걷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차분-활력 상태가 된 거죠.


저녁이 되어 이웃집이 또 똑같은 냄새를 풍겼습니다. 화는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환기하면 되는 문제니까요.




아직 제 자신을 완전히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메모지에 적어가면서 제 패턴을 찾아보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좋은 기분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겠죠. 한 한 달 정도 꾸준히 관찰하고 인식해볼까요?



이 책을 읽다가 만일 생리학 용어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8장은 건너뛰거나 대충 읽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기분이 달라지는 것의 원인 - 생리적인 부분 말고는 - 을 알고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인지하기 위해서 7장은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앞의 1부와 2부를 잘 이해하고 나면 드디어 적용할 수 있는 3장이 나오는데, 적용만 읽어서는 일부 도움밖에 안 되니까요. 1부, 2부를 잘 읽는다면 <기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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