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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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5학년 때쯤 저는, 마법 소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법으로 빨리 어른이 되어서 내가 하고픈 일들 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여겼었죠. 하지만 어른이 되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여전히 속상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나와 함께 있었어요.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인가 보다 현실에서 행복을 찾자고 생각한 순간, 파랑새는 내 곁에 남고 마법 소녀는 사라졌어요.

후지마루의 <가끔 너를 생각해>에선 어린 시절 마법 소녀, 아니 마녀였지만 할머니의 죽음으로 마녀 따위 잊고 살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소꿉친구로 인해 마녀로서의 본분이 되살아난 어린 아가씨 시즈쿠가 등장합니다.

이 책에서의 마녀란 악마와 계약을 맺은 사악한 존재가 아닌, 반짝반짝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마법봉을 휘두르며 변신하는 마법 소녀는 아니지만 그래도 느낌상 그쪽에 더 가깝거든요.

시즈쿠의 집안은 모계 격세 유전으로 마녀의 힘이 전해집니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여섯 가지 마법 도구를 전해주고 사용법을 일러주는데요. 이 마법 도구는 단 한 번씩만 사용할 수 있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쓸 수 있습니다. 여섯 가지 마법 도구의 힘이 떨어지면 마녀로서의 힘이 사라지고 도구를 고이 간직했다가 손녀에게 전해주면 사명은 끝납니다. 이런 식으로 몇 대를 거쳐왔는지 몰라요.

어린 시즈쿠는 자신이 마녀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동화책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죠. 소꿉친구 소타와 함께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했었지만, 천재지변이 일어난 그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소타는 사라졌습니다.

잊고 살았는데, 십 년 후 마도구를 꺼내놓고 할머니와의 추억에 잠겨 있던 그날 소타가 돌아옵니다. 경망스러운 남자로 자랐는지 말이 너무 가벼워요. 소타는 어릴 적 약속대로 마녀의 사명을 도우러 왔다고 하는데, 정작 시즈쿠는 마녀라니 말도 안 되고 그런 일을 할 생각도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끈질긴 남자 소타의 권유로 마법 도구를 이용해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로 순간이동하는데요. 이때부터 마법 도구를 이용해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고 마침내 모든 도구를 다 사용했을 때, 하나 둘 흩어져있던 비밀과 기억들이 떠오르고, 그것은 이별과 긴 기다림을 예고합니다.

라이트노벨의 느낌이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었던 전작 <너는 기억 못 하겠지만>에 비해 <가끔 너를 생각해>는 굉장히 가볍고 발랄합니다. 상상 그 이상으로요. 애니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실은, 지나치게 과장된 행동에다가 외모 지향이나 신경 쓰이는 표현들이 있어서 좀 거슬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인데 남성향이라고나 할까요. 스토리는 여성향인데 다루어지는 언어나 장면들은 종종 남성향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읽다가 문득문득 거슬리기도 했어요. 진행도 좀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고요. (아니 어쩌면 좀 많은 지도.)

투덜거리면서 책을 봤죠. 그런데 왜 코 끝이 찡해지는 걸까요?

저는 이별에 약한가 봐요.

전체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군요. 때로는 이런 느낌의 소설도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면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마법사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마법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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