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가슴이 먹먹한 소설이라니.
요새 많은 분들이 읽고 있어 핫한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벼이 이 책을 선택했던 저는 이내 자신의 미련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제목과 표지의 느낌으로만 선택한 책,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담담한 서술 아래에 생존에 대한 불안감과 욕구, 끊임없는 모순, 잔잔하고 애달픈 사랑과 우정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그 무언가가 깔려 흐르고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인 로자를 통해 만나게 되는 실존 인물 마고 뵐크를 떠올리며 더 깊은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로자의 삶도 이토록 마음 아픈데, 마고는 어땠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히틀러와 그 추종자들에 의해 희생당한 유대인에 대해서는 슬퍼했었지만 독일 국민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일본과는 다르게 나치가 저지른 일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한대.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독일 국민도 히틀러에 의한 전쟁의 피해자라는 건 생각조차 해 본적 없었습니다. 헐리우드 전쟁 영화에서 그려진 2차 세계대전은 몇몇의 쉰들러 같은 위인이 아니라면 모두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이 더 아프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인 로사는 남편 그레고리의 참전 이후 어느 날 갑자기, 정말 말 그대로 갑자기 SS친위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고, 그날 이후 열네 명의 동료와 함께 매일 세 번 히틀러 총통의 음식을 먹는 여자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