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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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제목이 곧 내 마음.

운동해야 한다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여러 가지 이유로 진입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바닷가까지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휴일에 제대로 쉬지 못해 그런가 온몸이 천근만근. 그렇다고 집에서 그 시간 동안 늘어져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할 일이 많아 꽉꽉 들이차있는데 어떻게 운동하러 가요...라고 말하지만 실은 가볍게 한 시간 정도 다녀오지 못할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날씨가 궂으면 궂어서 못 나가고 맑으면 볕이 너무 따가워서 못 나가고. 제가 그렇습니다. 몸이 아플 때는 평소에 운동을 좀 해둘 걸 하고 후회하며 아파서 못 나간다고 하고 몸이 좋아지면 잊어버려요.

이 책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를 받았을 때도 그랬어요. 무지무지 가벼운 터치의 실없는 에세이 일 거라 지레 짐작하고 평소 추구하는 역설이나 블랙코미디를 완성시키기 위해 이 책을 들고 제주 시내의 서브웨이에 갔습니다. 무한리필 탄산음료를 마시지만 제로 코크를 마신다. 푸짐한 샌드위치를 먹지만 드레싱은 올리브오일과 레드와인 식초만 사용했으니 괜찮다며. 그리고 서브웨이에 도착하기 전에 좀 많이 돌아다녔으니, 그리고 이곳을 나가면 또 한참 걸을 거니까 괜찮다며 샌드위치와 코크를 마시고, 기다렸던 아이를 만나자 쿠키도 시켰습니다. 한 개에 천 원인데 세 개에 이천칠백 원이면 당연히 세 개를 사죠. 이렇게 차곡차곡 먹어준 결과, 지금 컨디션 난조입니다. 운동을 하던지!!! 먹는 것을 신경 쓰던지!!! 아니 실은 둘 다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자괴감 속에서도 이 책을 주말 내 읽었습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진지합니다. 30분이나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에요. 진지하게 읽고 있노라면 저자 특유의 유머가 발동. 뿜습니다.

저의 인생 중 아아아아아주 일부가 겹쳐 보입니다.

정말 아주 조금.

그러나 저자는 저보다 많은 시도를 하고, 많은 결심을 했습니다. 저는 저자보다 운동 안 하기 위해 댈 수 있는 핑계가 몇 배 많고, 운동해야 할 이유 역시 몇 배 많습니다. 읽고 있노라면 저자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저자는 미용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닌 체력과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합니다. 어째서 남자는 벌크업, 여자는 슬림하기 위해 운동해야 하는 건지. 건강을 위해 헬스클럽을 찾았는데 '그래도 살 빠지면 좋아할 거면서.'라는 에피소드는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저자도 그런 일들을 겪었더군요. 운동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체력을 위해 운동을 합니다. 꾸준히 하는 것도 아니에요. 하다가 포기합니다. 우리와 똑같이 말이에요. 헬스나 요가 같은 운동 시설에 대한 기부 천사라고 할까, 운동 유목민이라고 할까. 꼭 맞는 운동도 있고, 그렇지 않은 운동도 있습니다. 운동에 관한 에피소드를 읽으면 웃기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 에피소드 안에서 저자는 '차별'이나 '편견'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친절과 참견 그 사이 '무례함'도 말합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하며 책 읽기를 멈춥니다.

저는 어릴 때 태권도를 배우고 싶었어요. 남동생은 운동이라면 질색. 아빠에게 태권도 도장에 보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기집애가 무슨 태권도냐고 타박하시더니 갑자기 동생을 태권도장에 등록시키는 겁니다. 남자애니까요. 가고 싶었던 저는 여자라서 못 가고 가기 싫었던 동생은 억지로 도장에 다녔죠. 다녀와서 저에게 가르쳐 주곤 했습니다. 덕분에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6학년 때였나... 태극 몇 장 실기시험(요즘은 수행평가라고 하죠) 만점을 맞았어요. 이것 보라죠. 제가 만약 그때 태권도를 배웠다면 둘 중 하나였을 겁니다. 생각보다 난도가 높은 훈련에 태권도를 싫어하게 되었거나 지금보다 조금 튼튼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겠죠. 왜 느닷없이 여자라서 안 시켜준 태권도 이야기를 하느냐, 지금은 다들 성차별 없이 도장에 보내주지 않느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운동과 관련된 거 상담받으시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남자는 벌크, 여자는 슬림. 나이 먹으니까 좀 낫더라고요. 부상 예방을 위한 운동, 체중 감량도 대사증후군 예방. 이걸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신랄하고 발랄한 운동 에세이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를 읽으시면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드실 거예요. 저는 차별, 편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고요.

스트레칭과 걷기를 다시 꾸준히 해야겠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운동 유목민인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뭐라도 할 생각이 나니 거참 희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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