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읽기의 기술 - 숫자를 돈으로 바꾸는
차현나 지음 / 청림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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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읽을 책을 가방에 넣고 스타벅스에 도착했습니다. 줄을 오래 선 다음 마침내 카운터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주문하기를 불편해하는 저는 자리를 먼저 잡고 앉아서 매장 내 와이파이에 접속해 '동의함'을 두 개 누른 후 스타벅스 제공 와이파이를 사용합니다. 스타벅스 어플을 켜고 한참 고민하다가 이번 핼러윈 프로모션 음료인 툼툼 프라푸치노와 그린 티 크림 프라푸치노를 주문합니다. 시럽은 줄이고 녹차 파우더 양은 두 배로 늘립니다. 프라푸치노 로스트 샷 추가를 하고 그린 티 크림 프라푸치노의 우유 대신 두유로 바꾸고 주문 버튼을 누릅니다. 핼러윈 프로모션 음료인 툼툼 프라푸치노는 스타벅스 카드에 충전해 놓은 돈으로, 그린 티 크림 프라푸치노는 별 12개 모아 받은 쿠폰으로 결제합니다. 평소엔 이름도 길고 복잡한 주문이 번거롭기도 하고 칼로리 높아 피하는 음료이지만 쿠폰이 생겼을 때는 과감하게 이런 달콤하고 라면 한 봉지 정도 칼로리인 음료를 주문합니다. 사이렌 오더가 아니었다면 절대 주문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오늘의 커피나 아메리카노, 특별한 날엔 녹차라테면 충분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음료가 빠르게 제조됩니다. 제가 방문하는 스타벅스 함덕점은 20명 대기 정도는 우습습니다. 포니 고객님~하는 부름을 듣고 음료를 받아 자리로 돌아옵니다. 음료와 책 사진을 찍고 나서 여유롭게 책을 폅니다.

오늘 읽은 책은 <데이터 읽기의 기술>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 1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소비자 심리학 박사 차현나의 책입니다.

제가 실생활에 이 책을 이용할 일이 뭐 있겠냐마는, "모든 데이터는 심리학이다"라는 말에 혹했습니다. 데이터가 구슬이라면 그걸 잘 꿰어야 보배가 될 텐데. 데이터 모으는 방법은 쉬우나 보배로 만드는 법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있는 걸 테죠.

제가 방금 스타벅스에 들어와 한 행동과 주문의 결과를 볼까요.


영수 증안에는 제가 주문한 음료에 관한 데이터 육하원칙이 들어있습니다.

where : 제주 함덕점

who : 포니 (그렇습니다. 저는 스타벅스에도 포니로 등록해 두었습니다.)/ 스타벅스 멤버십 회원

what : 그린 티 크림 프라푸치노, 툼툼 프라푸치노를 이렇게 저렇게.

when : 2019년 10월 21일 오전 8시 23분

how : 어떻게 결제했냐하면... 쿠폰과 멤버십 카드에 충전해 둔 현금으로.

이 영수증에는 why를 제외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데요. 아이의 재량 휴업일에 제가 날짜를 맞추어서 바다가 보이는 스타벅스에서 프로모션 음료를 마시며 바다를 즐기고 책을 읽기 위해 방문했다는 것만은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영수증을 발급하는 순간 포스기를 통해 들어간 데이터에다가 제가 스타벅스의 와이파이에 접속해 유지한 시간을 본다면 얼마나 거기 오래 체류했는 가하는 데이터도 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 단편적인 데이터만으로 제 소비패턴을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보통날엔 커피를 마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이벤트적인 행동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스타벅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합니다.

이를테면 녹차 라테를 주문하는 고객 중 많은 사람이 시럽을 줄이고 녹차 파우더의 양을 늘이는 걸 선호했다면 장기 데이터를 참고해 녹차 라테 레시피를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요새 거의 모든 기업과 사업체에서는 데이터 모으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데이터가 모인다고 해서 마케팅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일단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1. 인력 : 우리 회사에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가? 혹은 나(개인)은 그러한 인력인가?

2. 시스템 : 우리 회사에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가?

3. 데이터 : 우리 회사에 어떤 종류의 데이터가 있는가?

이 셋 중 하나라도 없으면 제대로 분석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p.166)

데이터의 중요성은 잘 알기에 데이터는 잔뜩 모아놓고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소비자 공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다 고하는데요.

데이터는 정말 '구슬'일뿐이다. 구슬 자체가 많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떤 종류의 구슬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도 모르며, 심지어 그 구슬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데 그치기도 한다.

데이터는 목적이 있을 때만 정돈할 수 있다. POS가 있고, 매출이 있는데 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볼 수 없는지 의아한가? 그러나 그 많은 데이터는 목적을 가질 때만 목적 아래서 정렬되는 것이다.

-p.186

데이터의 수집과 그것을 잘 운용하여 논리적으로 배열, 제대로 사용해야만 매출 증대 또는 기업 이미지 개선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데이터 읽기의 기술>에서는 데이터의 수집과 운용에 관한 ABC를 명확히 이야기합니다. 데이터 분석에 앞서 꼭 해보아야 할 질문 열 가지를 통해서 객관적인 시점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자신들의 편의에 의한 분석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주지시킵니다.

초보 기업가나 초보 사원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어나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데이터와 상관없는(혹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수단일 뿐이다. 데이터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이미 데이터는 세상에 넘쳐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공공 데이터와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액티브 데이터가 흩뿌려져 있다.

데이터의 목적을 설정하지 못한다면 발전하는 기술 속에서 어떤 데이터를 가치 있게 활용해야 할지 모른 채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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