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입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구사 미쓰요시 지음, 이동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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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는 불교 신자가 아닙니다. 게다가 2년간 절 바로 앞에서 살며 새벽마다 울리는 범종 소리에 잠을 설치고 법회 있는 날의 소란함에 '절간같이 고요했다'라는 상투적 표현에 코웃음을 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불교에 관한 책을 읽어보았을 리 만무하지요. '불교'관련 책을 손에 들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종교를 떠나 앎에 대한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열자마자 큰일 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쏟아지는 생소한 용어들. 불교 용어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십수 년간 다녔던 기독교의 용어도 때때로 낯선데 하물며 불교랴 말해 무엇하리오. 제가 아는 건 싯다르타, 그의 제자 아난다. 그나마도 '세인트 영맨'이라는 만화 덕분에 아는 것이라 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반야바라밀경이라는 경전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아요. 삼장 법사가 서천 서역으로 경전을 구하러 간다고 말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달아나 보았자 부처님 손바닥인 손오공과 자애로운 관음보살님 이런 정도의 모래알만 한 상식뿐이었습니다.

프롤로그부터 넘쳐나는 불교 용어는 자비 없이 저를 때렸습니다. 산스크리트어고 한자어고 모르긴 매한가지라 오랜 시간 공들여 연구한 것을 친절히 설명하는 저자의 능력이 무색할 따름이었습니다.

이 책 <불교 입문>은 1990년 1월 출간된 이래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명저로서, 역자가 작업의 저본으로 한 것은 2016년 11월의 36쇄이다. 프롤로그에서 불교 개괄을, 1부에서 인도 불교의 역사를, 2부에서 인도 불교의 사상사를, 3부에서는 각지로 퍼져나간 불교의 전개 양상을 다룬다. 저자가 68세에 출간한 이 책에는 그의 학문적 온축과 원숙한 역량이 잘 나타나 있다. 먼저 기본 용어와 개념을 명확하게 분석하며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서 저자의 학문적 방법론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문헌학적 분석을 중시하면서도 사상적 이해를 병행하고 서양철학과의 비교도 시도한다.

- p.349 옮긴이의 글 중에서

인도 역사 전반을 보았을 때 힌두교가 전통이라 불교가 이단시되었다는 사실은 의외였는데요. 생각해보면 기독교 역시 유태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비슷한 양상이라 보아도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토착되어 있던 신앙을 밀어내고 자리 잡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이 책의 1부에서는 인도 불교사를 초기, 중기, 후기로 구분하여 설명하는데, 이는 '처음에'라는 페이지에 간략히 요약되어 있으나 집중해서 깊이 들어가면 역시 조금 어렵습니다. 제가 역사 자체를 어려워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마냥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니어서 2부 인도 불교의 사상사에 들어가면 오히려 편해집니다. 용어도 좀 눈에 익었을 뿐만 아니라 불교에서 추구하는 이념이라거나 사상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서양 철학에 빗대기도 하여 좀 더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일 겁니다.

3부 각지의 불교 편에서는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지역과 사회에 맞게 어떻게 변화했나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으로 전파된 불교가 어떻게 발전하여 지금에 이르렀는가 짤막하게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한국사 시간에 배웠던 것들도 떠오르고 하여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교란 어떤 것인가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말씀도 얻었으니 책 읽기의 어려움을 이겨낸 보람이 있다 하겠습니다.

온갖 악은 하지 말며, 선함을 행하여 바쳐라.

스스로의 마음을 깨끗이 하라. 이거야 실로 온갖 부처의 가르침

(제183시, 이 '마음'의 원어는 '칫타')

-p.117

자기야말로 자신의 주인, 다른 누가 (자기의) 주인이 되겠는가.

실로 자기를 잘 제어한다면, 참으로 얻기 어려운 주인 얻게 된다. (제160시)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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