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ㅣ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평점 :
학대받은 모든 아이가 자라서 살인마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쇄 살인마 사이코패스의 과거를 추적해 보면 학대 가정에서 자란 일이 많았다는걸.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알 거예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감히 내 자식이 자라서 살인자가 될 거라고 말하는 거야? 그리고 내 자식 내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흥. 그리고 사실 이 아이는 내 친 자식도 아니거든. 내 소유물일 뿐.'라고 말할 것 같은 사람들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화가 나고 슬픕니다. 어떻게 그런 행동들이 가능한 건지. 내 눈앞의 상대가 상처받고 울고 다치는데도 오히려 분노를 키워대며 자신이 이렇게 화내는 건 정당한 일이며 모든 것은 너 자신의 책임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거침없는 어른들을 보며 자랐기에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작은 학대만으로도 몸서리칩니다.
타우누스에는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나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실제로는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마을 일 테지만 유독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속에서만은 그렇습니다.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활약으로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경찰이니까요. 경찰은 사건이 발생해야 움직입니다. 만일 테오 노인의 고독사, 그리고 그의 개 벡스의 견사에서 발견된 뼈가 아니었더라면 이번의 사건은 조용히 묻혀 매년 한 명의 희생자를 내며 몇 십 년을 이어갔을지도 모릅니다. 범인이 무척 지능적인 사이코패스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테오가 몇 명의 여성을 살해해 견사 아래에 묻고 양아들들과 친손자를 시켜 아무렇지도 않게 콘크리트 작업을 시켰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명의 여성을 살해하고도 뻔뻔하게 제 죗값을 치르지도 않고 죽어버렸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어쩌면 누군가와 말다툼이나 몸싸움을 하다가 살해당해 방치되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우리가 찾는 남자는 위험천만한 가학적 사이코패스입니다. 동정심도 없고, 겁도 없고, 양심도 없습니다. 아마 사춘기 전에 트라우마를 겪었을 겁니다. 가학적 사이코패스들은 어릴 때 감정적 방임과 폭력, 학대를 경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이, 청소년기에 또래로부터 받은 성적 공격이 원인이 되어 유발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연쇄살인범은 어떤 방법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병든 사람들입니다. 정신의학자든 누구든 치료할 수 없습니다. 사이코패스를 막을 수 있는 건 더 심한 사이코패스뿐입니다.
-2권 p.141
범인은 매년 어머니의 날 테오의 집에서 발견된 시신들뿐만 아니라 몇 건의 범행을 더 저질렀습니다. 어머니의 날에 범행했던 것은 그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였습니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 그래서 이렇게 지옥 같은 곳에서 살게 했던 어머니. 그래도 어머니의 날 만은 나를 만나주러 왔던 어머니. 그래서 사랑한다 믿었던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자신을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기로 했죠. 그리고 어머니와 같은 사람에게 벌을 주기로 했습니다.
한편,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얼굴도 모르고 지냈던 아버지를 찾았던 피오나는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들 모두 그녀의 생물학적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는데요. 친엄마를 찾기로 한 피오나는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었던 남자에게서 얻은 단서를 토대로 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저는, 피오나의 이야기가 이 연쇄 살인극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접접이 드러났을 때, 기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으며 두렵기도 했습니다.
역시 넬레 노이하우스였습니다. 초기 작품의 산만함은 이미 지난 작품에서 걷어버려 지금은 마치 장편 영화를 보는 것처럼,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긴장감과 몰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요. 두 권이지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처음의 예상과는 달리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머릿속에서 돌아다니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저를 지치게 했기 때문입니다.
읽으실 예정인 분께는 부디 등장인물 메모를 하며 보시라 권합니다.
권두에 이미 이름과 간략한 소개는 나와있지만 북유럽 이름이 친숙하지 않아 누가 누구였는지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