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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송 ㅣ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윤해서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평점 :
아플때면 꿈결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나 자신의 목소리일지도 모르고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 시간의 것이 아닌 목소리일지도 모르죠.
윤해서 소설 <암송>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하나로 모이는 공간의 소리인지도 모릅니다.
보통 이 책의 주인공은.... 하고 말문을 트고 싶은데 이 책에서의 주인공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공간속에 흩어져있습니다. 각기 다른 공간에 몸을 늘어뜨리고 부유하듯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두 발 바닥에 굳건히 딛고 서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만일 다른 장르의 소설이었다면 애길 정도가 신발끈 질끈 매고 강하게 박차고 일어났었을 것 같은데, 슬픔과 한이 가슴에 맺혀있으니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책에는 멀리 떨어진 두 나라 독일과 한국의 여덟 남녀의 목소리가 들어있습니다. 이들은 생존자이기도 하고 생존하지 못한자이기도 합니다. 슬픈 사연들 속에서 선주와 미소는 삶과 죽음을 경계로 나눌 수 없는 공간에 떠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듣습니다. 떠도는 목소리가 끝없이 밀려와 편안히 휴식할 수도 없는 공간입니다.
제목이 왜 <암송>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어려운 책이기도 했고요.
길지도 않은 포스팅에 모르겠다는 말을 참 많이도 썼습니다. 읽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는데, 어딘가 마음이 아리고 슬픈건 맞는데 제 마음이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독 피아니스트 애길이 결국 만나지 못한 한국의 쌍동이 딸들 때문인지, 독일에서 낳은 아들 모로가 미소를 찾아 갔던 그 마음때문인지, 미소를 지키는 현웅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은 그렇습니다.
무서워요. 내가 모른 척하고 있는 걸까 봐.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데
모르고 있는 걸까 봐.
나한테 이 목소리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데 내가 그걸 계속 못 알아차리고 있는 거면 어떡하죠?
아르테의 작은 책 시리즈는 신기한 매력이있습니다.
평소에 제가 읽는 책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어서 읽고 이해하기가 힘든데, 그래도 자꾸 읽고 싶어집니다.
지난번의 책들도 그랬고 이번의 책도 그렇습니다.
<암송>은 세 번 읽었습니다.
아, 그래서 암송일까요.
이러다 이 책을 외워버릴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