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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평점 :
송시우 작가의 팬이기도 한 저는 이 책을 이미 2016년에 읽었습니다.
당시에도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서 인상 깊게 남아있었는데, 드디어 OCN에서 드라마로 방영을 하지 뭡니까. 그래서 다시 한 번 원작 소설을 읽었습니다.
드라마는 소설과는 조금 다른 설정으로 진행되는 것 같은데요. 드라마를 보며 천천히 비교해보아야겠습니다.
대충 드라마 달리는 조사관에서의 등장인물을 살펴보았는데 소설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해요.
이 소설 <달리는 조사관>은 가상의 국가기관인 인권증진위원회(인권위)의 조사관들이 의뢰인, 혹은 민원인의 요청에 따라 '그'의 인권이 지켜졌는가 지켜지지 못했는가를 조사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정의를 구현하는 형사나 탐정이 아니기에 반드시 진실을 알아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중요한 건 인권이었죠. '인권'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하고 사실 관계를 보고하면 되지만 사람의 일이 그렇게 쉽게, 냉정하게 되는 게 아닙니다. 일적인 면으로만 치부하려고 해도 진실은 자꾸만 그들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뭘 어쩔 수 있겠습니까. 사법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요.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세상에 이야기합니다. 못 본 것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덮어둘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은 옴니버스 구성으로, 특정 주인공 한두 명이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단편에서 활약하는 조사관이 따로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모두 함께 사건을 조사하고 결과를 끌어내지요.
첫 번째 케이스 '보이지 않는 사람'은 황금가지 출판사의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에도 실려있던 소설로 미스터리 요소를 듬뿍 안고 있습니다. 고전 추리물에 등장하는 존재하였지만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 모티브인 것 같지만 실은 이런 식으로밖에 의뢰할 수 없었던 의뢰인의 사연이 더 마음에 밟힙니다. 단편이라 줄거리를 말씀드리기 뭣해 손가락을 놀리지 않지만, 일전에 읽은 <29초>도 생각나고하여 더 속상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메모를 했는데, 거기에 '아이씨 나쁜 놈아.'라고 써놨더라구요. 이 책에는 욕 나올만한 부분들이 무척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더 슬픈 건 너무나도 실제에 가깝다는 거죠.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현실. 그래서 더 속상하고 슬픕니다.
'인권'위원회 조사관의 이야기라고 하니 인권에 관한 심각한 책이라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미스터리입니다. 고전 추리물에 가까운 정통 미스터리, 사회파 미스터리이기도 합니다. 표지만 보고 일본 추리소설인가 하신 분도 계셨는데, 아닙니다. 우리나라 작가 송시우의 작품으로 내놓는 작품마다 사랑받고 있는 멋진 작가죠.
이 책에 등장하는 인권위 조사관들은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진물이 나는 심한 아토피 환자 한윤서 조사관, 피를 보면 기절하는 피 공포증 이달숙 조사관, 면봉이라는 별명이 있는 부지훈 조사관, 개구리 닮은 배홍태 조사관까지. 도청이나 시청에 가면 우연히 딱 마주칠 것만 같은 그런 공무원들입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그런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활약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더 정이 갑니다.
혹시 <달리는 조사관 2> 가 나오지는 않을까 몇 년 기다렸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저는 달리는 조사관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