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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면 불혹인 줄 알았어
마스노 슌묘 지음, 이해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나도 그런 줄 알았고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던 불혹.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지 못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불혹은커녕 더 많은 유혹과 갈등이 생기는 나이였어요. 다만 불혹을 넘기면서 대처가 그전보다는 의연해졌을 뿐이었죠.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큰일은 아니라는 거. 복잡한 일은 아니라는 거. 정말로 내게 필요한 게 아니었다는 거.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조금씩 여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해요. 유리 멘탈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다만 예전엔 설탕 유리였다면 지금은 평범한 유리 정도. 언제쯤이면 방탄유리가 될 수 있을까요? 강철 멘탈은 기대하지도 않아요.
화나는 일도 많고, 불편한 일도 많고, 걱정도 많은 인생에서 마흔을 넘겼으면 이런 일들도 잘 넘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일에 부딪히기 전에 미리 마음 다스릴 준비를 해두는 게 좋겠어요. 살아가며 실수를 통해 직접 몸으로 익히는 게 좋긴 한데, 그럼 스스로에게도 상처, 때로는 상대방에게도 상처를 주기도 하죠. 그러니 명상이나 책을 통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평화를 찾아두는 게 어떨까요? -- 이렇게 말하는 저도 노력만 하지 경지에는 이르지 못해요. 그랬다면 이미 강철 멘탈이게요? 전 여전히 투덜투덜이랍니다.
일본의 유명한 승려 마스노 슌묘는 <마흔이면 불혹인 줄 알았어>를 통해 번뇌를 버리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스승님 투로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에세이처럼 옆에 앉아서 말씀하시듯 그렇게 책에서도 말을 건넵니다.
심플하게 살기. 그것은 항상 본질로 눈을 돌리는 일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만물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고민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충만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무엇을 버려야 현혹됨 없이 심플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이 책에서 풀어놓고자 합니다.
-p.9
읽어가다 보면 뭐 이리 당연한 말씀을 하셨나 싶을 때가 있어요. 아니 자주 있었죠.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있나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깨닫습니다. 그 당연한 걸 못해서 내가 지금 이런 거 아닌가 하는걸요. 평범하고 당연함 속에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삶 그 자체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요.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할 조건이고 귀한 것입니다. 오늘이라는 하루가 쌓이고 쌓여 인생을 만듭니다. 감사함으로 귀하게 살아가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p.176
이 책은 참 좋습니다. 한 번에 읽기보다는 조용한 아침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한 두 주제의 글을 읽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리며 읽으면 더 좋겠습니다.
마흔뿐만 아니라 지천명에게도 필요할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불혹하지 않았으니 지천명하지 못했을 테죠.
불혹을 넘긴 친구나 지천명을 넘긴 부모님, 이순의 부모님께 선물해드려도 좋을 책입니다.
저도 추석 날 엄마께 이 책을 전해드려야겠습니다.
불유구이시지만 좋아하실 것 같아요. 좋은 글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 법이니까요.
"사십 평생, 내 인생의 주인공은 늘 쟤였다."가 이제부터는
"내 인생의 주인공은 언제나 나야."로 바뀔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