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비하인드 도어>와 <브레이크 다운>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B.A. 패리스는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가입니다. 이번의 책 <브링 미 백>에서도 그 면모를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은 책을 읽다가 초반에 흩어져있는 몇 마디의 단서들로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 추리와 감이 맞길 바라며 어쩐지 내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 문장이 나오면 노란색 플래그를 붙여가며 계속 읽어 나갔는데요. 결국 추리가 맞아떨어졌을 때 그 희열이란!!

작가는 소설 전반에 걸쳐서 많은 복선과 떡밥을 던져두었습니다. 하나의 낚싯대에 연결된 여러 개의 미끼를 수중에 드리우고서 주섬주섬 미끼만 빼먹고 달아나는 독자를 휙 하고 낚아채는 방식에 하마터면 저 역시 낚일 뻔했지만 이번에는 빠르게 눈치채서 다행이었습니다. 낚이지 않았어요.

보통은 어떻게 된 일인지 빠르게 눈치채버리면 김이 새서 더 이상 책을 읽을 필요가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내 생각이 맞나 궁금하니까 끝까지 읽어주겠다며 다 읽고 나서는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하며 뻔한 스토리라고 타박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어요.

제주에 비가 시끄러울 정도로 많이 내려 미스터리 스릴러를 읽기 딱 좋아서 그랬을까요. 이 책의 끝을 짐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점점 덮쳐오는 스릴과 공포감이란, 그 기분에서 회피하고 싶었던 저는 자꾸만 잠이 들려고 했어요.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진행이 저를 옥죄어왔습니다. 잠깐 꾸벅하고 졸고서는 다시 책을 읽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야. 궁금해서 책을 놓고 쉴 수가 없었어요. 맞았어요. 이 책은 시간을 충분히 내어 한 번에 읽어야 하는 책이었습니다.

표지의 마트료시카는 소설 전체를 뒤덮고 있는 중요한 단서인데요. 마트료시카가 어떤 인형인가 생각해보면 주인공의 심리를 금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레일라는 미처 스무 살이 안된 어린 아가씨였는데요. 무작정 상경한 런던에서 핀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핀은 레일라에게 청혼할 예정으로 둘은 파리로 여행을 가는데요. 둘 사이 별로 좋지 않은 기류가 흘렀습니다. 연인 사이의 흔한 다툼일 수도 있었는데, 핀이 잠시 주유소의 화장실에 간 사이 레일라가 사라져버린 겁니다. 그녀가 늘 지니고 다녔던 아주 작은 마트료시카(러시아 인형)만 남겨두고 말이에요.

그리고 12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죠. 레일라를 살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으로 용의선상에 올랐던 핀이 무혐의로 풀려나기도 했고, 몇 년 전 여자친구 루비의 사촌에 의해 지역 신문에 레이나와 핀의 기사가 조명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레일라의 추모식에 참석했던 핀이 그녀의 언니 엘렌과 만나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연인이 되었다는 것일 테죠. 약혼하고 함께 살고 있는 그 둘은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아주 작은 마트료시카가 집 앞에 나타난 거죠. 누가 가져다 둔 걸까요? 설마.

인형은 집 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루비가 일하는 식당에 나타나기도 했으며 자동차의 창문에 등장하기도 했어요. 게다가 레일라를 보았다는 엘렌. 그리고 결정적으로 핀에게 메일이 옵니다. 바로 레일라로부터요.

혼란스러운 핀. 레일라에 대한 미안함과 미련이 아직도 조금 남아있기에 - 어쩌면 진정한 첫 번째 사랑일지도 모르는 그녀에 대한 끌림일지도 몰라요. - 그녀를 꼭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면 엘렌은 어쩌죠? 그는 엘렌도 버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둘과 함께 할 수도 없고요. 레일라는 자신을 만나고 싶으면 엘렌을 없애라고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핀에게는 무리한 요구입니다. 앞으로 열흘. 그 사이에 엘렌을 없애야 합니다. 어쩌면 좋죠.

혹시 헨리 형이 장난치는 건 아닐까요. 전 여자친구 루비가 엘렌과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해 심술을 부리는 건 아닐까요? 어째서 레이나는 당당하게 나타나서 엘렌과 핀에게 자신이 살아있었다며 서프라이즈~!!! 하지 않는 걸까요. 혹시 지금껏 누군가에게 납치당해서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 쉽게 나타나지 못하는 걸까요? 이제 핀은 모두를 의심합니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아무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기억마저 의심스럽습니다.

지금쯤이면 자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들을 모조리 의심하게 되었을 것이다. 딱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가고 있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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