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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 없으면 슬프긴 하겠다
가희 지음 / 부크럼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별 통보를 하고 돌아온 오래전의 이야기지만,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라고 말하고 매몰차게 돌아섰으면서도, 그에게 이별을 말하기 며칠 전부터 울고 또 울어서 오히려 이별하던 날엔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으면서,
집에 돌아와서는 차마 휴대폰을 꺼버리지 못했던 그날이 떠올랐습니다. 연락하지 말라고 해놓고, 연락이 와도 받지 않을 거면서 정말로 연락을 하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았습니다. 미련이 두어 방울 남아있었나 봅니다. 결국 나는 그의 연락을 받았고 몇 번 더 만난 후 별로 깔끔하지 않은 형태로 이별을 했습니다.
전화로 헤어지자 말했던 또 다른 이별의 날엔,
그가 혹시 붙잡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헤어지지 못할까 봐 겁이 났습니다. 놓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나는 미련 따위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데. 정리를 위해 마지막으로 만난 날, 그와는 완전히 끝났다는 걸 알고 안도했습니다. 다시는 볼 일이 없기를.
이별은 언제나 상처를 남깁니다. 웃으며 헤어졌든, 울면서 헤어졌든, 발악하며 헤어졌든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간에 가슴에 생채기를 남깁니다. 그 상처 깨끗이 회복되어 다른 사랑을 만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아물 수 없는 상흔이 되어 비가 오는 날 쑤시고, 햇빛 강한 날 붉게 부풀기도 합니다. 이별은 아픕니다.
<답장이 없으면 슬프긴 하겠다>는 과거의 나 대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고픈 말은 많은데 다 할 수도 없고, 하는 것도 싫고, 한다 하더라도 듣기 싫었던 말들. 이 책은 이별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하필 포레스텔라의 새 앨범 미스티크를 들으며 읽었던 탓에 야들야들 해져 있어서 더 그랬을 겁니다.
이미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 받고 사랑받은 책이지만 '이별'도 '사랑'도 떠올리기 싫은 탓에 이 책은 제 눈에서 멀리 있었습니다. 표지의 그림뿐만 아니라 읽는 중에 가끔씩 등장해 마음을 이상하게 만드는 슬픈 컷들. 과거의 나와는 외모적으로 다르지만, 어쩐지 그녀는 나였고, 나이고, 그리고 누군가였습니다.
가희 작가의 <답장이 없으면 슬프긴 하겠다>는 이별의 단상을 짧은 톡과 읊조림으로 전합니다. 그 말은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고, 내 물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아프지도, 밉지도 않을 때가 진짜 완전히 헤어진 거라고, 그런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했던 엄마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니 내 인생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 남고 그냥 그는 '알던 사람'이 되어 완전한 이별을 했지만 여전히 꿈속에 나타나 나를 힘들게 합니다. 나의 상흔이겠죠.
이 책은 이별로 아픈 이들에게 더 공감 갈 책입니다.
그리고 아팠던 이들에게도요.
All the king's horses and all the king's men
Couldn't put me back together again.
- 포레스텔라 2집 Mystique : All the king's hor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