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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젬마의 아트 콜라보 수업 - 초가치를 만드는 아트×비즈니스의 힘
한젬마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기업들의 문화 참여는
단지 사회에 대한 기여의 의미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작년, 비욘세가 남편 제이지와 함께 <Apeshit>의 뮤직비디오를 발표했습니다. 실제 루브르 박물관에서 작품과 함께 촬영했는데요. 루브르가 제일 아끼는 니케(Nike) 조각상 앞에서 비욘세가 노래할 때 입은 웨딩드레스는 우리 돈으로 무려 1억 5천만 원짜리(14만 달러). 프랑스 오뜨 꾸뛰르 디자이너 스테판 롤랑의 드레스라고 하는데요. 오른쪽 어깨엔 알렉시스 마빌의 망토를 걸쳤고요. 이 외에도 피터 필라토의 슈츠, MCM, 버버리의 브라탑 레깅스 등이 등장해서 명품 패션으로 빛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루브르 박물관을 통째로 빌려서 촬영을 했다는 건데요. 박물관 측에서 허가를 내주었다는 데 더 놀랐습니다. 아마도 그들 부부가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이해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뮤직비디오에는 앞서 말한 '니케' 조각상뿐만 아니라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나폴레옹과 조세핀의 대관식', 마담 레카미에','피에타','모나리자'등의 명화와 '밀로의 비너스','샌들 끈을 매는 에르메스' 같은 조각상도 등장합니다. 이런 예술 작품과 현대의 팝의 콜라보레이션은 상당한 이슈를 일으켰는데요. 이 뮤직비디오의 영향으로 루브르 박물관 작년 관람객이 처음으로 천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트와 팝의 콜라보레이션의 효과를 낸 이 뮤직비디오는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하고 있는데요. 이 메시지를 박물관에서 직접 확인하려는 관람객들이 많았던 덕인 모양입니다. 단순히 멋지다는 느낌 그 이상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젬마의 <아트 콜라보 수업>에서도 이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종 결합이 만들어내는 파격적인 시너지를 말하고 있는데요. 서로 다른 것들이 결합하고 화합할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대중은 그것과 함께 하길 원합니다. 아트와 상업이 콜라보 할 수도 있고, 장르 간의 융합을 통해 아트끼리의 콜라보도 가능합니다.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다'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화장품이나 가전제품, 심지어 문구류에서 요즘 명화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이 종종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쳐버릴만한 것들에 한 번 더 눈이 갑니다. 고흐의 명화가 함께하는 제품에 한 번 더 손이 갑니다.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익숙하고 친숙한 예술작품은 낯선 제품을 마치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여겨지게 합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예술과 비즈니스가 함께한다면 평범한 제품을 핫하게 만들 수도 있고 한정판 제품을 제작해 구매 욕구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기업에서는 예술과 예술가에게 다양한 것들을 제공하고 이해하면서 자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거나 판매량을 높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는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준다.
-백범 김구
그림 읽어주는 여자 한젬마는 이 책 <아트 콜라보 수업>을 통해 콜라보 초가치 효과를 강조합니다. 이제는 친숙해져서 이런 콜라보에 익숙해진 탓이라 저자의 글을 읽으며 그래그래 맞아맞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이렇게 우리 삶에 가까이 들이기 위해 지금까지 걸어왔던 저자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아서 좀 안쓰럽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고생 담을 서글프게 늘어놓지 않았는데도, 밝은 것들만 이야기하는데도 그런 게 와닿았습니다. 비즈니스 책을 읽는데, 아트 콜라보 책을 읽는데, 에세이를 느꼈다면 이것 또한 경영과 에세이의 아트 콜라보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