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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온 - 두뇌 스트레칭 감성 일러스트북
상하이 탱고 지음 / 오브제 / 2019년 3월
평점 :
검은색 표지의 책이 비닐로 실링 되어 있어서 조심조심 뜯었습니다. 비닐을 벗겨내고 손에 드니 그립감이 착!
표지 후가공에 신경을 썼나 봐요. 부드러우면서도 손에 착 달라붙는 것이 제법 두께가 있는 일러스트 북이지만 기분 좋게 읽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죠.
글자 하나 없이 세계를 사로잡았다는 상하이 탱고의 <드림 온>을, 그 이름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림을 하나하나 보다 보니 앗,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 그림이더라고요. 네티즌이 웨이보에 연재하고 있던 그의 그림을 아마 불펌했던 것 같은데요. 출처는 좀 표시하고 원작자에게 퍼가도 좋으냐고 물어볼 것이지. 그림은 본 적 있으되 상하이 탱고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지 뭐예요.
인터넷에 떠도는 그림을 볼 때도 무척 독특하다, 센스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책을 직접 만나니 더 그렇더라고요. 제가 본건 빙산의 일각이었어요.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상하이 탱고가 5년 이상 연재하며 매일매일 한편씩 그려낸, 1600여 점의 그림 중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170여 점을 선별해 엮은 책이라고 합니다.
컬러도 사용하지 않고, 흰 종이와 검은 펜 선 만으로 그려내는 그의 그림은 글자 없이도 전 세계의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어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힘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그림들이 국가와 언어가 상관없긴 한데요. 글자가 없기에 온전히 그림으로부터의 메시지를 직접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상하이 탱고는 저에겐 생소한 작가이지만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작가인가 봐요. 세계 곳곳의 일러스트 전시회에도 참여했었고, 2017년에는 천안에서 우리나라 팬들과 만남을 갖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무척 유명한 작가였군요.
상하이 탱고의 감성 일러스트 북 <드림 온>은 위트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그림들이 대부분인데요. 사랑과 성에 대해서도, 스마트폰과 와이파이에 대해서도, 죽음에 대해서도 작가의 인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떤 그림은 제 스타일이 아니기에 이맛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정말 독특해요.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를 볼 수 있었어요.
특히 저는 군인이 머신건을 쏘는데, 탄창을 장착하고 쏘니까 총구에서 음악이 나오는 그림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진짜로 이렇게 싸우면 얼마나 좋겠.... 아, 불협화음이면 시끄럽다는 단점은 있겠군요. 하지만 순간 이 그림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남녀에게서 보이는 그림자.
누구에게나 있는 페르소나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어쩐지 쓸쓸해 보이면서도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그림자라는 생각에 한참이나 그림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다른 해석일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작가가 보여준 그림을 보면서 스스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을 한다는 건,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본다는 것이고, 그것은 창의력을 높여주는 게 아닐까요?
하핫. 나이를 먹어도 창의력은 필요하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