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1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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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극 소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문체와 분위기가 있듯이 중국 사극 소설에서도 그런 게 있습니다. 약간은 오글거리는 묘사와 과한듯한 설정이 그런 건데요. 대륙 특유의 허장성세 같은 것일 겁니다. 그게 때론 간지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판타지 같은 느낌으로 독특한 기분에 빠져들게 합니다.

<잠중록>을 읽으면서 예전의 어떤 소설이 잠깐잠깐 떠올랐어요. 허세가 빡!! 들어가 있는 소설이었는데요.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 한숨을 내쉬었죠. 이번 소설도 그런 건가.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짜임새 있는 구조와 내용이 마치 선남선녀가 등장하는 중국 드라마를 연상케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 <잠중록>은 이미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요, 웹툰으로 제작되어 인기몰이를 했다는군요. 게다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데... 중국어를 할 줄 안다면 웹툰도 보고 싶습니다. 드라마는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겠죠. 애용하는 푹티비의 중국 드라마 카테고리에 올라올 날 만을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잠중록>은 비녀의 기록이라는 뜻인데요. 사건을 풀어나갈 때 주인공인 황재하가 비녀를 뽑아 바닥에 끄적이는 버릇이 있기에 이런 제목을 붙였나 봅니다. 양갓집 규수일 때는 비녀를 여러 개 꽂았기에 이런 버릇이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만, 남장을 하고 있을 때는 비녀가 하나인지라 비녀를 뽑으면 머리도 흐트러지기 일쑤. 보다 못한 기왕 이서백이 이중으로 된 비녀를 제작하여 하사합니다. 은비녀의 장치를 누르고 딸깍하면 옥비녀가 나와서 머리는 흐트러지지 않고, 바닥에 끄적이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데요. 저도 하나 갖고 싶어요. 좀 탐이 나더라고요. 이서백이 준거라 그런가... 비녀 자체의 독특함 때문이라 그런가... 탐이 나요.

황재하는 명탐정 코난처럼 어렸을 때부터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데 탁월한 소녀입니다. 그 소문은 자신이 거주하던 촉을 넘어 황제가 사는 곳까지 자자했는데요. 왕씨 가문과 혼인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있던 날 황재하는 반발했지만 이내 반성의 의미로 그녀가 가족에게 음식을 올렸는데요. 일가족이 모두 죽어버립니다. 결혼하기 싫어 가족을 모두 독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지명수배된 그녀는 수배를 피해 달아난다는 것이 그만, 운명의 장난으로 황제의 넷째 동생인 기왕의 마차에 타게 되고 기왕 이서백은 그녀를 거둡니다. 로맨스니까 반했다...라는 뭐 그런 이유가 아니라 그녀의 추리력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는데요. 이서백 역시 만만치 않은 천재로 기억력이 거의 컴퓨터 같습니다. 서책의 내용을 외우는 것은 물론이고 왕실 및 황실에서 일하는 사람 중 자신의 일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그 명단까지 줄줄 외웁니다. 판단까지 냉철해서 서늘한 기운이 도는 미남이죠.

황재하는 기왕부의 환관 양숭고로 새 신분을 얻고 당시 장안의 골칫거리요, 공포의 대상인 '사방안'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를 신임하게 된 이서백은 자신의 혼례와 얽힌 미스터리를 해결할 것을 명합니다. 황재하는 자신의 가문 사건의 의혹과 누명을 벗는 날을 고대하며 왕실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데요. 그 끝에는 엄청난 것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열 예닐곱살 된 소녀 황재하의 미모는 비록 환관복에 감추어졌을지 몰라도 그녀의 영민함은 숨길 수 없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고, 이서백은 냉정하지만 츤데레과라서 정말 꺄악!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얼굴도 모르면서 추리력 때문에 그녀를 동경하여 검시관도 좋고 포졸도 좋으니 제발 그런 쪽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주 씨 가문의 도련님 주자진의 발랄함도 즐겁습니다. 어쩌면 삼각관계가 될지도!!?! 두근두근 2편이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눈앞의 소녀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죄명과 원한을 짊어지고도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본래의 연약함과 온화함은 모두 깊이 묻어버리고 필사적으로 앞으로, 빛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오랫동안 잔잔하기만 했던 이서백의 마음에 순간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 마치 봄바람이 깊은 호수의 수면 위를 스치며 일으킨 잔잔한 물결 같았다.

“그래, 나는 너를 믿고, 너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너의 인생은 내게 맡겨야 할 것이다.”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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