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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철학'이라는 단어는 저를 두근거리게 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을 줍니다. 철학이 무엇인지 알고는 싶은데, 막상 다가가면 용어도 어렵고 철학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깨달았습니다.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 철학 사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그 자체도 철학일 수 있다는 걸 말이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리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
1)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한다 2)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3) 어젠다를 정한다 4)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네 가지로 들었습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비판적 사고를 하고 어젠다(과제)를 정해 수행하면 바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겠지만 혹시 실패하더라도 다시 사고의 수정을 하여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면 같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적기 때문에 마인드 맵을 그릴 때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실은 처음 출판사에서 내놓은 예고편을 상상하며 어떤 일에 부딪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이 책의 나온 문구를 멋지게 써먹으며 무기를 삼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가졌던 선입견하고 이 책이 좀 달랐거든요. 여느 철학 책 못지않게 제가 모르는 글들이 들어있었어요. 쉽게 생각하고 들이대면 큰 코 다칠 책입니다. 그러나 긴장하고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발을 들였기 때문에 당황했을 뿐, 이론 전달 위주의 철학 책에서 벗어나 실생활- 사회생활을 하며 사색하고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철학 책입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목차를 시간축으로 구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 철학부터 시작해서 골머리를 앓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현실의 쓸모에 기초해서 어떤 이론이나 용어를 다루면 그것의 원뜻으로부터 하여 현대인의 생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생각을 이끕니다. 삶의 무기, 생활의 적용에 무게를 싣기 위해 철학 이외의 영역도 다룹니다. 저자는 그렇게 이 책에 50가지 철학, 사상, 개념을 심어두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용어, 단어들을 기억해두면 생각하거나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르상티망, 페르소나, 카리스마, 인지부조화, 타불라라사, 마태효과, 리바이던 같은 단어들인데요. 저는 이 책에서 게마인 샤프트, 게젤 샤프트라는 말을 처음 보았습니다.
게마인 샤프트는 지연이나 혈연 등으로 연결된 자연 발생적 커뮤니티로 이익이나 기능, 역학에 의해 연결된 인위적인 커뮤니티인 게젤 샤프트와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제주에는 궨당이라는 모임 혹은 개념이 있는데, 게마인 샤프트를 기본으로 게젤 샤프트까지 확장되는 공동체라 참 특이한 형태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기본으로 하여 삶을 살아온 경험을 더하면 책을 읽은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생각의 확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공학이 필요한 시간>이 필요한 시간을 읽었는데요. 그 책을 읽으며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더하면 생각이 더 풍부해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 공학도라도 문사철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책의 페이지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정복해가듯 읽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습니다.
한 주제 한 주제 읽고 느끼고 생각하는 식의 독서를 추천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주는 '철학'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