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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이 필요한 시간 - 우리는 어떻게 공학의 매력이 깊이 빠져드는가 ㅣ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이인식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스카이캐슬 초반 차 교수와 함께하는 독서토론 시간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등장하자 온 동네 도서관에서 씨가 말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희 모녀는 드라마를 보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작가가 예서나 다른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고개를 갸웃거렸었는데요. 책은 누가(어떤 사람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나 느낌이 있다는 걸 알기에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다시 드라마에 빠졌습니다.
저희 아이는 공학도가 되길 희망하는데요. 그렇기에 <이기적 유전자>는 기본으로 읽고, 다양한 양질의 과학 도서를 접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독서 취향이 소설 쪽에 치우쳐있다 보니 아이에게 좋은 책을 권해주고 싶은데 잘 몰라서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기로 마음먹었죠. 이 책은 공학 관련 서적 서평집이거든요.
메인 저자인 이인식은 국내 최초의 공학 도서 서평집을 내면서 공학 도서가 그 자체로 자리 잡길 원하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는 읽으면서 공학 칼럼니스트의 책은 외면당하는 사회에서 융합 인재 배출과 기업가정신이 발현되기 어렵다(p.7)는 안타까움에 이 책을 읽은 젊은이들이 실사구사하길 바랍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의 출판 지원으로 공학 기술도서 45권을 선정, 기획자인 이인식이 26권을 집필하고 전문가 19분이 보낸 원고로 최초의 공학 도서 서평집이 완성되었습니다.(p.5)
첫 번째 책 소개 글을 읽는 동안 멀미가 났습니다. 내가 그동안 쉬운 책만 읽었나 보다 하며 반성도 했습니다. 문장을 읽는데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더럭 겁이 났습니다. 설마 이 책이 끝까지 이렇게 어려운 건가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공학 서적에 관심을 두고 찾아보려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대에 진학하겠다는 아이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아이의 사고 메커니즘에 가까이 가고 싶어 노트와 펜을 들고 책상에 단정히 앉아 읽어내려갔습니다. 따끈한 전기장판에 배 깔고 누워 플래그 붙여가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웬걸. 읽다 보니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처음 몇 권, 그리고 중간의 몇 권만 힘들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더 많았습니다.
45권의 책은 공학이라는 주제 안에서 다양한 분야의 것들이 소개되어있었습니다. 게다가 참고 문헌에 소개된 책들도 더하면 무척 많은 도서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흥미가 생겨서 꼭 찾아 읽어보아야겠다는 책들도 생겼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이런 거 정말 좋아요.
- 세상을 바꾼 작은 우연들/마리 노엘 샤를
-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앨버트 잭
-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헨리 페트로스키
- 에레혼/새무얼 버틀러
- 특이점이 온다/레이 커즈와일
- 미래를 들려주는 생물공학 이야기/유영제 박태현
- 매트릭스로 철학 하기/슬라보예 지젝
- 우리들/예브게니 자먀찐
-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재런 러니어
-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 제프리 삭스
포스트잇에 적어서 벽에 붙여두었습니다.
그 외에도 냉동인간(로버트 에틴거), 마음의 아이들(한스 모라벡), 나노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이인식)도 읽어보고 싶은데요. 어려울까,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되어 망설여집니다. 위의 책들을 먼저 읽고 나면 눈이 열려 어렵게 생각되는 책들도 읽을 수 있겠죠.
이 책은 공학과는 거리가 있는 저도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공과를 희망하는 고등학생에게도 도서 선택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대생은 물론이고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관심분야의 책만 골라서 읽어도 좋고, 모두 읽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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