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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론도 ㅣ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이미 슈나이더 시리즈의 팬인 분은 알겠지만, 슈나이더는 정말 까칠하고 거만하며 웬만해서는 말을 섞고 싶지 않은 타입의 프로파일러입니다. 자칭 타칭 천재 프로파일러이지만, 그와 함께 일하는 건 소설 속 등장인물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비네는 그와 함께 슈나이더 시리즈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대활약하는 이 수사관은 행동력도 판단력도 대단합니다. 누군가를 인정하는 것에 인색한 슈나이더조차 은근히 그녀를 인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말로는 절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슈나이더 시리즈는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으로 시작하여 <지옥이 새겨진 소녀>, <죽음을 사랑한 소년>을 거쳐 이번의 <죽음의 론도>에 이르렀는데요. 처음엔 정말 슈나이더 꼴도 보기 싫었어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꼴보기 싫은, 거만한 탐정 메르카토르(마야 유타카)를 능가하는 프로파일러라니. 말만 거만하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바보 취급 하는 건지... 수사국에서도 미움받는 게 당연합니다. 게다가 이번엔 휴직 중이라 사람과의 접촉을 끊고 은둔 중이에요. 지난번 <죽음을 사랑한 소년>의 충격적 결말 때문에 다시 그를 못 만날까 봐 걱정했었는데, 이렇게라도 만나게 되니 조금 기뻤습니다. 사람 무시하기로는 일인자인 그에게 왜 이렇게 정이 갈까요? 아마도 지난번 에피소드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을 많이 들여다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번에도 까칠까칠한 중에도 인간미를 슬며시 보여주는데, 이 사람 알고 보면 츤데레입니다. 어휴. 짜증 나게 구는 와중에 슬쩍 보여주는 믿음직한? 사랑스러운 모습에 확 끌려요. 세상에, 위기에 처한 자비네를 슈나이더가 구해주는 장면에서는 두근두근!! 로맨스 같은 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설렐 수가! 스릴 때문에 두근거리고, 슈나이더의 등장에 두근거리고. 이거 흔들 다리 효과인가요?
이번의 소설 <죽음의 론도>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이 연속적으로 등장합니다. 다섯 살 난 아이가 총상을 입고 사망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아이의 아버지가 도로에서 역주행 끝에 사고사하는 방법으로 자살해버리고, 계단에서 추락해 죽은 여자의 여동생은 열차 선로에서 자동차째로 치어 자살합니다. 게다가 만찬 중에 바람을 쐬러 나갔던 여자가 언덕 위에서 철로로 투신해 죽고, 그의 남편은 욕조에서 자신의 총으로 자살 시도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조기 치매를 앓고 있는 한 여자가 차고에서 사망하고... 이런 죽음의 론도가 진행되는데요. 사망자들은 연방범죄수사국의 수사관과 그의 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원한을 가진 범죄자의 짓일까요?
한편, 20년의 복역을 마치고 갓 출소한 하디는 믿기 어렵겠지만 원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던 것인데요.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연방 수사관 출신이면서 퇴직 후 마약 거래의 큰손이었던 것도 모자라 마침내 자신의 집에 방화를 저질러 아내와 쌍둥이 아이들을 죽였다는 죄로 감옥을 갔지만, 그는 방화를 저지르지도, 가족을 죽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청각장애인 여사친만은 그를 믿어주었군요. 어쨌든 자신의 모든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는 누가 자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는지 밝히려고 합니다.
이런, 그가 출소한 직후부터 연속 사망 사건이 터졌던 거였군요. 그렇다면 그는 어째서 그들을 찾아가 죽음으로 이끌었을까요. 그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일까요?
자비네와 티나는 연속 사망 사건을 수사하면서 상관에게 도움을 처하지만 도리어 수사에서 밀려나고, 슈나이더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쉽게 도와줄 리 없죠. 바로 그 슈나이더니까요.
확실히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앞서의 시리즈보다 훨씬 더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릴 넘치는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는데요. 적당한 템포에 치솟는 클라이맥스. 읽는 맛이 참 좋았어요. 이 소설의 매력을 슈나이더가 원하는 것처럼 세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제 능력으로는 불가능해요. 다음 편이 나올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슈나이더 지휘 아래 움직이는 크리스토퍼와 자비네를 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