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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저는 인간관계를 힘들어합니다.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블로그 댓글 남기는 것도 무척 어려워합니다. 상처받는 것도, 주는 것도 싫어서 지나치게 신경 쓰는 탓인 것 같습니다. 그런 탓에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랜선 인간관계도 그러한데 오프에선 오죽할까요. 저는 인간관계를 빚지 않는 히키코모리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불행하고 슬프다면 모를까, 괜찮습니다. 누군가 괜찮은 척하는 게 아니냐 물었습니다만 전혀 아닙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인간관계 맺는 걸 좋아하고 술자리를 즐기는 지인이 혼자 영화 보고 여행하는 걸 보며 정말 그는 행복한 걸까 궁금해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가 제게 말했습니다. 사람 좀 만나고 다니라고, 술 한 잔씩 하고 다니라고, 좀 돌아다니라고.
저는 늘 돌아다닙니다. 푸른 하늘을 만나고, 부서지는 파도를 띄운 바다도 만납니다. 도시락을 싸서 박물관도 가고, 도서관도 갑니다. 축제 구경도 갑니다. 충고를 해준 그처럼 혼자서요. 때로는 딸이나 엄마와 함께 갑니다. 그게 저에게 있어 가장 안정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저는 즐겁습니다. 평소 직업상의 이유로 감정 노동을 하고 있는데, 쉴 때마저 감정을 조절해가며 누군가 놀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저에게 있어서 노동이지 쉬는 게 아니에요.
어색함을 떨구는 건 저에게 고통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살아가는 게 잘하고 있다는 소리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타인이 걱정하는 이유도 압니다. 혹시 나중에 친구하나 없이 외로워지면 어떡하느냐고 묻습니다. 그건 그때 걱정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나의 이런 성향이 아이에게 전이되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제가 처음부터 이런 성격이었을까요? 원래는 무대 체질입니다. 무대에 올라가서 뭘 하든 떠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살아가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일, 비밀이 쌓여가며 이렇게 변해갔습니다. 전, 거짓말을 잘합니다. 그렇지만 거짓말하는 건 너무너무 힘듭니다.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인간관계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왜 거짓말을 할까요.
아마도 상처가 싫어서 일 겁니다. 저는 상처의 공포에서 벗어나 '담백하게' 살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 이번 생은 처음입니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실수하고, 넘어지고, 상처 입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에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처음 하는 일도 잘 해내는 존재는 신밖에 없습니다. 신이 아닌 우리는 자기중심을 꽉 잡고 단지 한 걸음씩 떼어놓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p.51
이 세상에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위축될 필요는 없다. 좋은 경험은 좋은 경험대로, 나쁜 경험은 나쁜 경험대로 나를 성장시키는 주춧돌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담백한 삶의 기술이다.
-p.72
누구에게도 오해받지 않도록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라. 어떤 경우에나 당신을 오해하고 잘못 이해하는 사람이 한둘은 있기 마련이다.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
-p.103
마음에 여유를 갖는 건 삶의 어느 순간에서는 정말로 중요하다. 인간관계도 담백해지므로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린 너 나 할 것 없이 담백하고 편안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호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p.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