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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ㅣ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평점 :
<더 헌트>의 루카스가 생각났어요.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매즈 미켈슨이 주연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쩜 이렇게 억울할 수가. 조셉 린치가 교감을 만나고 정직을 당하는 장면에서 매즈 미켈슨이 떠올랐습니다. 한순간이구나. 가정적인 남자 라테 파파이자 성실한 교사인 그가 참고인 조사 - 인척하는 용의자 조사였지만-을 받으러 경찰서에 출두하는 장면이 SNS에 올라가자 학교의 명예를 걱정한 학교 측에서 취한 조치였던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셉의 명예는 누가 책임 지나요.
당장 조셉이 신경 써야 하는 건 자신의 목숨과 가정의 안전이니 명예는 잠시 뒤편으로 빼두어도 좋을까요.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요. 책을 다 읽은 저는 알고 있지만, 주인공인 그 역시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땐 몰랐어요.
윌리엄이 상장을 받았다고 즐거워하던 어느 날, 호텔로 들어가는 아내의 차를 따라간 조셉은 아내 멀이 친구 남편인 벤을 만나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건가. 멀의 차가 사라지자 벤에게 접근, 항의를 하는데 조셉에 비해 덩치가 작은 벤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조셉의 멱살을 잡습니다. 화가 난 조셉이 손을 뿌리치는데 벤이 제풀에 넘어지면서 쿵! 의식은 없고 귀에서 피가 흐릅니다. 앗 큰일이다 싶어 도움을 청하려는데 아들 윌리엄이 천식 발작을 일으킵니다. 늘 가지고 다니던 흡입기도 하필 오늘만 놓고 왔지 뭔가요. 하는 수없이 집으로 빨리 돌아와 아들 먼저 돌보고 호텔 주차장으로 돌와왔지만 벤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의 차도 핏자국도. 다행이다. 잠시 기절했던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이상한 사진이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잃어버린 휴대폰과 사라진 벤이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뒤바꿔놓을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벤의 회사 일로 그를 만났었다고 말을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임이 밝혀집니다. 멀의 친구이자 벤의 아내인 베스가 그 둘이 바람피우는 증거를 들이대며 울부짖었거든요. 벤은 그날 이후로 실종 상태입니다. 경찰은 그의 흔적을 찾으려 애쓰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증거가 아니라 살해되었다는 증거를 찾아가게 됩니다. 조셉은 환장할 노릇이지요. 벤은 멀쩡히 살아있는데다가 여러 방법으로 그에게 연락을 하거든요. 분명히 살아있는데 경찰은 죽은 게 아니냐하고, 심지어 멀이 벤과 불륜 관계였다는 걸 알게 되자 치정 살인으로 여겨 조셉에게 바짝 접근합니다. 그러던 중에 그의 경찰서 방문 소식이 학생의 SNS를 통해 널리 퍼졌구요.
벤에게 위협당하지, 벤이 살해되었음이 확실시되자 용의자가 되었지, 벤을 찾는다고 나섰다가 안 좋은 꼴 당하지... 모든 증거들이 조셉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건 뭐 <나를 찾아줘>도 아니고.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건 나만 아는 사실인가요? 아니지. 진범도 알고 있지.
초반부터 계속 신경 쓰이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증거 조작은 그 사람이 아니라면 좀 어려우니 그 사람이 맞을 거예요. 정말 가증스럽군. 네 맞아요. 그 사람이 맞긴 한데요. 동시에 아니기도 해요. 이봐들. 그냥 싫어졌으면 상황을 끝내는 다른 방법도 있을 텐데. 꼭 이렇게 복잡하게 가야 하는 건가.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을 말하는 편이 더 쉬울 때도 있습니다. 그편이 더 유리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그러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해요. 게다가 앞뒤가 잘 짜여 있어야 하죠.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도 어쩌다 한 번씩 기억해야 하는 부분을 놓치던데, 이들이라고 모든 걸 기억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되도록 정직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아요. 책을 다 읽고 난 이제 와하는 말이지만 이들의 경우엔 사실대로 말해도, 거짓을 말해도 어차피 스릴러였을 거예요. 주인공인 조셉 외엔 다들 한 성격하니까요.
이 책은 <비하인드 도어>의 저자 B.A. 패리스의 추천을 받은 소설로 아마존 선정 '세상을 놀라게 할 심리 스릴러' 1위를 했다는데요. 세상을 놀라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심리 스릴러임은 확실합니다. 읽으면서 쪼이는 맛도 있고, 저 사람이 수작을 부리는 건 맞는 거 같은데 어떤 방법으로 그러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책을 놓을 수가 없더군요. 빨리 읽어버리고 싶었습니다. 가독성이 참 대단해요. 스릴과 가독성 모두 만족스러운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