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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3월
평점 :
존재의 깊이에 닿는 대화를 꿈꾸며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생택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어린 왕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사물의 겉모양새를 인식하지만, 어린 왕자는 표면 너머를 보며 사물의 깊이에 닿는다.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또한 쓸모, 필요, 유용성만으로 사물들을 보는 관점이 유일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저자의 말_ 존재의 깊이에 닿는 대화를 꿈꾸며
가위_ 누가 사용하는가
계단_ 과정과 권태
고궁_ 역사는 현재와의 대화다
고글_ 불가능한 싸움
교과서_ 교본이 되는 인문 정신
구루프_ 뻔뻔함의 현상학
귀도리_ 과잉 귀여움
나무 펜스_ 보호하는가, 배제하는가
노란 리본_ 사건 이후
다이어리_ 반짝이는 건 출발의 순간
단추_ 머뭇거림의 존재 양식
드론_ 전지적 시점의 미디어
등산 스틱_ 감각을 바꾸는 미디어
라디오_ 라디오 스타
마우스_ 클릭이 시작이다
만년필_ 찌르는 방패
목욕탕의 탕_ 카타르시스형 사물
무대 조명_ 생명을 품고 있는 어둠
묵주_ 기도에 깃든 장미향
바둑알_ 시민전쟁
박스_ 공동체(共同體)가 아닌 공동체(空同體)
방제복_ 외계 점령군
밴드_ 상처 난 자리가 중심이다
베개_ 매일매일 다른 것과 만나는 통로
벤치_ 쓰레기통이 놓였던 자리에
비누_ 처녀 엄마
비자_ ‘인간’의 권리는 없다
<중략>
"이 고통의 핵심은 권태다."
계단을 오르며 아랫 공간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무언가는 윗계단에서 찾을 수 있으리나는 기대심리가 있다. 이 계단의 위상차는 기대심리의 좌절감을 표현해준다. 마치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시시포스가 반복적으로 형벌을 받는 것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계단은 인간에게 반복이 파생시키는 권태, 삶의 무의미를 알려주는 것이다.
"사물은 미디어다."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은 67가지 우리들에게 익숙한 일상 사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사물과 대화하며 존재의 깊이를 추적한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곳으로 데려가 낯선 세계를 보여주는 미디어가 된다. 마치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모자 속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여줬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