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보니 아주 화사하다. 수를 놓은 듯한 꽃 사이로 한 미인이 살며시 웃고 있다. 제목은 <방귀쟁이 며느리>,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요즘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져 화두되고 있다. 나 또한 김홍도와 신윤복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이 그림책 표지를 딱 보았을 때, 신윤복의 <미인도>가 떠오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친근한 우리의 옛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라면 듣기만 해도 흥미있어 보인다. 시대는 조선시대이고 작은 종을 든 어여쁜 아가씨가 꽃과 함께 있다. 이야기 시작되는 다음 페이지를 보니 손에 있던 종은 없고 벌써 방귀를 뀌었는지 꽃들은 시들고 새들은 그만 기절해 추락하고 있다. 다시 아가씨는 곱게 수를 놓고 있고 배경 그림은 우리가 본듯한 옛그림인데.. 양반집 하인들이 방귀에 놀라는 듯한 느낌의 그림을 찾은 듯 하다. 여기까지 보면서 '아 이 책에서는 그림 속에서 또다른 뭔가를 찾아낼 수 있겟구나' 싶어 내심 기대를 하였다. 그 다음장에서 아가씨는 머리를 올리고 시집을 가는데 이젠 그림 안으로 들어가고 그림 밖에는 종 하나만 덩그마니 남아 있다. 아마도 이 종은 아가씨가 버리고 가야하는 방귀로 묘사된 듯하다. 시집을 가서 방귀를 참는 며느리는 얼굴이 점점 메줏덩이가 되어버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어른들은 방귀를 뀌라고 한다. 그러나 방귀를 뀐 며느리는 시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시아버지와 함께 길을 떠난다. 가는 도중 커다란 배나무를 만나 그 배를 따주는 대신에 값비싼 물건들을 받게 되어 다시 시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이때 며느리가 방귀를 뀌어 배를 떨어뜨리는 장면은 마치 며느리가 무슨 마술을 하는 듯하게 그려져 있고 마지막 장면에는 며느리가 다시 방울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전체적인 대사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여서 읽는 엄마도 듣는 아이들도 참 재미있어한다. 하지만 그림에서 전달하려는 것이 단지 웃음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전달이 잘 된 것 같지는 않다. 표지에서도 방울을 들고 있는데 방울로 인한 이야기 전개가 좀더 확실히 보여주었다면 더 재미있는 옛이야기 그림책이 되었을텐데... 또 한가지, 우리 옛그림을 패러디할 것이었다면 확실히 좀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좋았을걸... 옛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그림책으로 보기엔 뭔가 약간의 서운함이 있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