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시스'를 읽고

호메시스 - 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
이덕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11월

호메시스-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메시스가 무슨 뜻일까?

요약하자면 아주 높은 농도의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히 해롭지만 독성을 일으킬 정도가 아닌 낮은 수준에서 노출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화학물질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가 어떻게 화학물질을 눈여겨보게 되었는지 스토리가 시작되면서(모두 논픽션) 현재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연구하면서 "아~드디어 블랙박스를 찾았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바로 아주 낮은 농도의 지용성 화학물질 혼합체가 만성질환 발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견은 발견일 뿐, 해결책을 찾기엔 만만치 않은 상대(?)였기 때문일까? 무력감과 절망감, 결국엔 찾게 된 작은 희망까지 고스란히 옮겨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흥미가 생겼다. 강의, 또는 대화하듯이 풀어낸 이 책의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더욱 친밀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하였다. “~하죠,~하더군요.” 등. 연구논문을 쓰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는 저자답게 해소되지 않은 갈증과 한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발표한 연구결과에 태클이 들어오는 것도 감안하면서 다양한 건강관련 이슈에 대한 견해도 솔직하게 밝혀놓았다. 저자가 발견한 것이 진정한 블랙박스인지 현실감이 결여된 착각인지에 대한 최종판단은 독자에게 유보해둔다니 함께 읽어보시지 않을텐가?

 목차 ‘왜 정상범위 내의 GGT가 당뇨병을 예측할까?’ 편에서는 간 기능검사인 GGT가 낮은 사람들은 뚱뚱해도 나중에 별로 당뇨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달리 비만이 당뇨병의 실질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논문을 비교 분석하고 본인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요소를 첨가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가설이나 의학용어 등이 낯설어 과학적 지식을 좀 더 갖추어야겠다는 독자로서의 마음가짐이 들기도 했다.

 목차 ‘호메시스 그 사기꾼들의 과학’ 편에서는 호메시스 관점에서 가장 많은 연구주제가 된 방사선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20세기 후반까지 연구자와 환경단체들로부터 수많은 비판을 받아 온 호메시스가 최근 매우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 생물학적인 현상으로 진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적응반응으로 새롭게 주목받게 되었다. 꼭 알아야 할 호메시스 작동 방법으로 적게 먹기, (요즘 유행하고 있는)간헐적 단식,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인)운동, 파이토케미칼, 햇빛, 더위와 추위, 때밀기, 마사지, 사우나, 가장 마지막으론 앞서 언급한 신체에 작용하는 스트레스와 달리 정신적 스트레스인 마음을 소개해 주었다.

 3번째 주제인 ‘우리를 둘러싼 이슈들’ 에서는 유전자조작식품을 어떻게 볼 것인지, 신화가 된 콜레스테롤, MSG단상 등 흥미로운 목차를 등장시켜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저자의 말대로 나의 삶이 유전된다는 문구는 의미심장하다. 현재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후성유전학’ 은 우리가 먹는 것, 움직이는 것, 생각하는 것, 노출되는 것, 이런 모든 환경들이 우리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던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후세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환경의 종속변수라는 사실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음에 희망적이다.

 ‘엉뚱한 의과학자의 추리소설보다 재미있는 평생에 걸친 질병 탐험기’ 호메시스. 참 재밌게 읽었다. 21세기 의학의 화두인 호메시스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