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들)
클레르 마랭 지음, 류재화 옮김 / 사람in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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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단절()>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2년째 이유도 모른 채 끊어진 한 친구와의 우정이었다. 무엇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게 되었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 관계의 단절은 여전히 마음 한편을 시리게 한다. 누군가는 우정이라고 하면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중했던 사람을 잃는 경험은 존재의 일부가 사라진 것처럼 크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연인과의 결별, 가족과의 절연, 사별뿐 아니라 진로와 삶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까지 다양한 단절을 철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솔직히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문장 하나를 여러 번 곱씹게 되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천천히 읽을수록 단절을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으로 사유하게 되었고, 그 시간이 오히려 마음을 조금씩 다독여 주는 느낌이었다.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첫 장의 "자신과 타자에게 늘 충실할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 누군가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죄책감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된다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모든 관계를 끝까지 붙잡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문장이 조용히 일깨워 주었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완벽한 단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머지 없이 나누어지는 숫자처럼 관계를 말끔히 정리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기억은 남고 감정도 흔적처럼 오래 머문다. 그러나 그 흔적이 반드시 고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내면의 변화나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단절은 일어난다. 그것은 끝이라기보다 이전의 나와 조금 다른 내가 되어 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단절()>은 상처를 빨리 잊으라고 말하는 대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도록 이끈다. 지금도 완전히 아물지 않은 관계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 경험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든 일부라는 사실을 조금은 받아들이게 되었다. 단절을 두려움이나 실패로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이 책은 그 시선을 조금은 다르게 바꿔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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