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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 ㅣ 세많다 시리즈 2
이명제 지음, 윤민정 그림 / 위키드위키 / 2026년 6월
평점 :
나 여기 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요즘 하루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우리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건지 생각이 자주 든다. 다른 아이보다 느린 건 아닐까, 내가 잘 도와주고 있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그림책 <나 여기 있어>를 만나고 나니 조금은 천천히 아이만의 속도를 바라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을 때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이명제 작가님은 빈 화분에 자리 잡은 토끼풀, 보도블록 틈에서 피어난 제비꽃처럼 작고 여린 생명에 눈길이 머물러 종종 땅을 보며 걷는다고 했다. 윤민정 작가님은 자연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조용한 교감을 그림으로 담고 싶었다고 한다. 책을 만든 두 분의 시선이 참 맑고 따뜻하게 느껴져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마음이 흐뭇해졌다.
책장을 펼치면 한 아이가 숲을 지나며 다양한 식물들을 만난다. 졸참나무, 오리나무, 산초나무, 넝쿨식물, 국수나무 등 숲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크기도 생김새도 자라는 방식도 모두 다르지만, 그 모습 그대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요즘 나는 신록을 지나 초록이 가장 짙어지는 계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성하게 펼쳐진 잎들이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 남기곤 하는데, 이 책 속 숲의 풍경을 바라보며 자연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평소 첫째가 숲체험을 다니며 선생님께 받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뿐 아니라 엄마인 나도 위로받고 힐링되는 기분이었는데, 이 책 역시 숲이 주는 편안함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건 식물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노력하는 나, 거친 땅에서도 먼저 뿌리내리는 나, 눈에 잘 띄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있는 나.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모두 필요한 존재였다.
특히 산초나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키 큰 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자신만의 향기로 해충을 막아내는 산초나무의 모습은 작지만 단단한 힘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특별함이 있다는 메시지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을 바라보며 느려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떠올리고, 햇빛과 맑은 공기를 찾아가는 국수나무를 보며 나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가는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여기 있어>는 숲속 식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우리에게 들려주는 책이다. 누구나 각자의 속도와 모습으로 살아가며 있는 그대로 충분히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숲의 모든 생명이 귀하듯 우리 아이들도 저마다 다른 빛깔을 가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아이와 함께 읽었지만 어쩌면 엄마인 내가 더 큰 위로를 받은 그림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