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탓 나쁜 탓 이상한 탓
남상훈 지음 / 북캠퍼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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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탓,나쁜탓,이상한탓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다. 제목의 리듬감도 비슷하고 '좋은 탓, 나쁜 탓, 이상한 탓'이라는 표현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흔히 하는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남 탓'이라는 말도 익숙했기에 탓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학문적 주제로 풀어낸 책이라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바뀐 생각은 탓에 대한 정의였다. 나는 탓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부정적인 행동부터 떠올렸다. 그런데 저자는 탓을 감정이 아니라 원인을 찾으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유를 묻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원인을 추적한다. 결국 탓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설명이 무척 신선했다.

 

특히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인과관계의 심리학이었다. '탓에서 예언으로', '이유와 무작위', '믿음과 과학'을 다루는 내용은 단순히 심리학 이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사람은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실제 세상에는 우연과 무작위도 존재한다는 점을 여러 연구와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객관적인 사실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에 맞춰 원인을 선택하고 그 선택이 결국 편견과 오해를 만든다는 부분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탓을 만드는 세 가지 정보에 대한 설명도 기억에 남았다. 저자는 칸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윤아가 경호원에게 제지당했던 사건을 예로 든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누군가는 경호원이 인종차별적이었다고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은 배우가 규정을 어겼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어떤 이는 칸영화제의 엄격한 운영 방식이라는 상황 자체를 원인으로 보기도 했다. 결국 우리가 탓을 돌리는 대상은 행동의 주체, 행동의 대상, 그리고 상황이라는 세 가지 정보의 조합으로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더 재밌는 것은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객관적으로 모은 뒤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믿음에 맞춰 정보를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결론을 내린 뒤 근거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인과의 틀은 세상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선입견과 맹신으로 이어질 위험도 안고 있다. 팬덤 문화처럼 특정 인물의 행동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반대로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현상도 결국 이러한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책은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연구 결과를 담고 있지만 어렵지 않았다. 사회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과 익숙한 사례를 함께 소개해 이해를 도왔고 학술적인 내용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풀어냈다. 무엇보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왜 우리는 그렇게 쉽게 탓하게 되는가'를 질문하는 책이라는 점이 좋았다.

 

책을 덮고 나니 앞으로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성급하게 사람을 비난하거나 결론부터 내리지 않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사실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내가 믿고 싶은 방향으로만 정보를 모아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탓은 사라질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탓하느냐에 따라 이해가 될 수도 있고 갈등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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