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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호수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6
앤지 강 지음, 장미란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5월
평점 :
우리들의 호수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어린이 그림책을 읽다가 울컥한 건 오랜만이었다. <우리들의 호수>는 아빠를 잃은 형제가 다시 호수를 찾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긴 상실과 회복의 감정은 어른인 나에게도 깊게 스며들었다. 작가는 슬픔을 크게 외치지 않는 대신 물결처럼 잔잔히 흔들리게 만든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말보다 침묵으로, 설명보다 여백으로 읽는 이의 기억과 감정을 터치하고 있었다.
특히 동생이 바위 끝에 서서 망설이는 장면이 오래 머물렀다. 형은 먼저 뛰어들었지만 동생은 뒤에서 오도카니 서 있다. 그 모습이 단순히 물이 무서운 아이가 아니라 아빠가 없는 세상 앞에서 한 발도 떼지 못하는 아이처럼 보였다. ‘물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고 발밑이 울렁거린다.’는 문장은 상실 이후의 세상이 얼마나 낯설고 불안한지를 너무도 아름답게 담아냈다. 물의 흔들림과 마음의 흔들림을 이렇게 겹쳐 놓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얼마 전 우리 교회 유치부에도 병으로 엄마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일곱 살 아이가 있다. 지금은 아직 어려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깊이 실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고 싶은 마음은 더 선명해질 것이다. 그때 아이를 붙잡아 줄 것은 결국 함께했던 기억과 곁을 지켜 주는 사람들의 사랑일 것이다.
이 책에서 형은 그런 존재였다. 아빠를 대신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슬퍼하고,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 기다려 주는 사람. 상실은 혼자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다정함을 붙잡으며 건너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우리 모두에게도 그런 형 같은 사람이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호수>는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하는 사람은 사라져도 함께한 기억은 우리 안에서 계속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도 한참 동안 마음이 저릿했고 오래도록 잔잔한 물결이 가슴속에서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