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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50 : 황제 시대의 시작 ㅣ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김정욱 지음, 최우빈 그림, 강대진 감수 / 아울북 / 2026년 4월
평점 :
그리스 로마 신화 50 : 황제 시대의 시작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책 한 권이 집안 분위기를 바꿔 놓을 때가 있다. 우리 집에서는 바로 아울북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그랬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이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는데, 워낙 인기라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쉬는 시간마다 누가 먼저 빌렸는지 친구들과 경쟁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어린이날 선물은 이미 정해진 셈이었다. 그렇게 전집을 들이게 되었고, 마침 전집이 48권까지만 있어서 50권을 서평으로 읽게 된 것도 작은 행운처럼 느껴졌다.
나에게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늘 애매한 영역이었다. 유명하다는 건 알지만 내용은 복잡하고 등장인물은 끝없이 이어진다. 제우스, 헤라, 아테나 정도는 익숙해도 계보가 얽히기 시작하면 금세 헷갈렸다. 그런데 아이는 요즘 신들의 이름과 관계를 줄줄 외우며 설명해 준다. “아폴론은 누구의 아들이고, 아레스는 어떤 성격이고…” 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단순한 만화 이상의 힘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특히 이번 50권은 기존 신화 이야기와는 결이 조금 달랐다. 신과 영웅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실제 역사 속 인물인 아우구스투스를 중심으로 로마 제국의 시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재미있는 모험담을 읽는 느낌보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역사라는 세계로 한 걸음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로마의 공화정이 어떻게 끝나고 황제 시대가 시작되었는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어떤 정치적 계산이 있었는지를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어렵지 않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이 또한 처음엔 황제 이야기면 재미없을 것 같다고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암살 사건도 나오고, 누가 황제가 될지 긴장되는 장면이 많아서 계속 읽게 됐다. 아우구스투스가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사실은 로마의 권력을 다 가지려고 계획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하지만 가족들을 정치 때문에 힘들게 하는 장면은 조금 안타까워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야기의 균형감이었다. 아우구스투스를 무조건 위대한 영웅처럼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시민들에게는 평화를 약속하면서도 실질적인 권력을 놓지 않으려 했던 모습, 후계 문제 속에서 가족까지 정치의 도구로 삼아야 했던 인간적인 고뇌까지 함께 보여 주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좋은 지도자는 어떤 사람인지 질문을 품게 되고 부모 역시 함께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또한 만화가 끝난 뒤 이어지는 교양 페이지는 단순히 재미있게 읽었다에서 끝나지 않고 역사와 신화를 연결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강대진 교수님의 설명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잘 짚어 주어 부모인 나도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팍스 로마나나 로마의 사회 개혁 이야기는 아이보다 오히려 내가 더 집중해서 읽었을 정도다. 중간중간 삽입된 명화 역시 책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줘서 만화를 읽다가 자연스럽게 예술 작품까지 접하게 되는 흐름이 참 좋았다. 책 한 권이 단순한 독서를 넘어 사고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 로마 신화 50: 로마 시대의 시작 은 단순한 어린이 만화책이 아니라 신화와 역사,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연결해 주는 훌륭한 입문서로 느껴졌다. 아이는 재미있게 읽고, 부모는 함께 배우게 되는 책이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이제 이 시리즈가 단순한 인기 전집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