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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왕국 가야로 가자 - 덩이쇠가 들려주는 가야의 비밀
김영숙 지음, 김민준 그림 / 풀빛 / 2026년 4월
평점 :
철의 왕국 가야로 가자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철의 왕국 가야로 가자>는 몇 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했던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당시 전시장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가야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세련된 나라였다는 것이었다. 철갑 옷과 투구, 말갖춤 같은 유물들은 삼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제철 기술을 보여주었고 가야가 단순한 변방 세력이 아니라 동아시아 철 문화의 중심지였음을 실감하게 했다. 기억에 남았던 유물은 국보 제275호인 말탄 무사 모양 뿔잔이었다. 말을 탄 무사의 모습만 봐도 가야의 중장기병 전술과 철제 무기의 위용이 느껴졌다. 가야가 왜 ‘철의 왕국이라 불렸는지 단번에 이해된다. 오늘 읽은 책 <철의 왕국 가야로 가자>도 바로 이런 가야의 매력을 어린이들도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었다.
딱딱한 역사 설명 대신 유물들이 직접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덩이쇠, 모루, 야광조개국자 같은 가야 유물들이 캐릭터처럼 등장해 자신들의 역할과 당시 사람들의 삶을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가야 사람들이 어떻게 철을 만들고 사용했는지, 어떤 교역을 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설명투 문장이 아니라 유물들이 수다를 떠는 듯한 구성이라 역사책이라기보다 모험 이야기를 읽는 기분도 들었다.
읽으면서 특히 뿌듯했던 부분은 가야 토기 이야기였다. 가야의 토기와 철기는 왜로 활발히 건너갔는데, 당시 왜에서는 그렇게 단단하고 정교한 토기를 만들 기술이 부족했다고 한다. 바다를 건너 다른 나라가 탐낼 만큼 뛰어난 물건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야 토기들은 형태도 정말 다양했다. 새와 오리 같은 동물 모양 토기, 말 모양 토기, 집이나 수레바퀴를 본뜬 토기까지 등장했는데 실용성만이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력과 개성이 느껴진다. 여러 나라와 교류하면서도 각 지역의 문화를 존중했던 가야의 분위기가 이런 유물에도 스며 있는 듯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가야가 기록이 적어서 잘 모르는 나라란 인식을 바꿔주었다. 남아 있는 문헌은 많지 않지만 철기와 토기, 장신구와 생활유물은 오히려 아주 생생하게 당시 사람들의 삶을 증언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역사 입문서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가야 문화의 수준과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야가 더 이상 교과서 속 짧은 한 줄의 나라가 아닌, 철과 바다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었던 역동적인 나라이자 창의성이 살아 있던 문화 공동체였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