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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볼의 위대한 여정
헨리킴 지음, 김윤지 그림 / 수박주사위 / 2025년 12월
평점 :
탱탱볼의 위대한 여정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표지를 보고 단순히 바다를 여행하는 탱탱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펼쳤다가 마지막 장을 덮으며 오래 마음에 남았다. 헨리라는 아이가 바닷가에서 잃어버린 탱탱볼이 등장하는 아주 작은 사건에서 출발했지만 이야기는 어느새 인간의 삶과 시간, 그리움과 귀환에 대한 깊은 우화처럼 들렸다.
처음 시선을 붙잡는 건 일러스트였다. 수채화의 번짐 위에 오일파스텔 특유의 질감이 더해져 있었는데 어린아이가 꿈속에서 본 풍경을 그대로 그려낸 듯 자유롭고 순수했다. 거칠고 투박한 선도 따뜻하게 느껴졌고 일러스트작가가 살고 있다는 아일랜드의 풍경이 그림책 속 바다의 신비와 잘 어우러졌다. 파도와 하늘, 별빛과 심해의 색감이 몽환적이라 그림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평범한 탱탱볼이다. 처음엔 헨리와 헤어진 슬픔보다 바다 위를 떠다니며 자유를 만끽하고 신이 났다. 하지만 긴 여행 속에서 신비롭고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며 세상을 배워간다. 아틀란티스를 지나고, 검은 물고기 떼에게 공격당해 가라앉기도 하고 심해 생물들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났다. 그 과정이 꼭 사람의 삶과 닮아 있었다. 누군가는 상처를 주고, 또 누군가는 예상치 못한 순간 손을 내민다. 새끼를 낳기 위해 해변을 찾아가는 가위거북, 오카리나벨루가, 초롱아귀와 대머리문어, 그리고 트럼펫피쉬까지 등장하는 바다 생물들은 낯설고 기묘하지만 이상하게 다정했다. 그 상상력 덕분에 책은 끝없이 확장되는 꿈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트럼펫피쉬가 탱탱볼의 배꼽에 바람을 넣어 다시 둥글게 살려내는 부분이었는데,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겠지만 나는 그 장면이 꼭 상처 입은 마음을 누군가 다시 회복시켜주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또 켄크라가 희미해진 헨리라는 이름 위에 보석을 붙여주는 장면도 좋았다. 기억은 흐려질 수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위로 같았기 때문이다.
탱탱볼이 결국 버틸 수 있었던 힘은 헨리와의 기억이었다. 모험은 신났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늘 돌아가고 싶은 곳과 만나고 싶은 존재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 끝에 다시 해변으로 돌아온 탱탱볼과 노인이 된 헨리가 마주하는 순간은 참 뭉클했다.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잊지 않았기에 가능한 만남이었다. 아마 둘 다 믿기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마침내 만나서 안도감도 느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물건 하나가 시간의 끝에서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진실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며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또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 책은 환상적인 바다 모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동시에 삶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에게는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를, 어른들에게는 오래 잊고 있던 그리움과 기다림을 떠올리게 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