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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보이는 마을
한라경 지음, 릴리아 그림 / 다그림책(키다리) / 2026년 4월
평점 :
마음이 보이는 마을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마음이 보이는 마을〉은 현대 사회의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을 부드럽게 비틀어 보여주는 그림책이었다. 이 마을에서 감정은 얼굴색으로 드러났다. 빨강, 파랑, 주황, 회색처럼 감정이 즉각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상대를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색이 곧 그 사람의 마음이 되기 때문이었다. 언뜻 보면 갈등이 사라진 완벽한 공동체처럼 느껴진다.
이 구조는 오늘날 우리가 사람을 이해한다고 믿는 방식과 닮아 있는 듯하다. MBTI로 INTP니까 혼자 있는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ESFJ니까 친절하고 예의바를 거라고 판단하는 식이다. 예전에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는 점점 더 빠르게 사람을 이해하려 하고 그만큼 쉽게 사람을 단정 짓는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그 단순함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고 있었다. 감정을 색으로 볼 수 있는 마을은 사실상 이해를 멈춘 사회였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고 믿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상대의 내면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마음은 보이지만 진짜 소통은 사라졌달까? 이해는 줄어들고, 관계는 점점 얕아지고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투명하지 않은 아이는 이 체계를 깨는 존재다. 아이는 분류되지 않았다. MBTI나 혈액형으로도, 어떤 색깔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관찰과 대화가 필요했다. 아이는 시스템 밖의 불편한 존재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살아 있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이해란 원래 이렇게 번거롭고 느린 것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회색 비가 내린 이후 모든 사람이 감정의 색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자동으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시 서로를 향해 말을 걸고 살폈다. 아주 기본적인 관심이 관계를 다시 연결하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라벨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 이해해야 하는 존재인 것 같다. 감정을 단순화해 분류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그것이 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안다는 착각보다 알아가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편리한 분류보다 중요한 것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직접 묻고 듣고 기다리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