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쏘고 슈퍼 히어로 봄소풍 보물찾기 12
즐하 지음, 유영근 그림 / 봄소풍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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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쏘고 슈퍼 히어로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도넛을 쏘는 초능력이라니, 너무 별거 아닌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2 아이도 비슷했는지 레이저를 쏘거나 하늘을 나는 히어로가 아니라서 조금 시시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몇 장 넘기지 않아 그 생각은 금세 바뀌었다.

 

주인공 두일이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 도넛이 나오는데, 하루에 딱 아홉 개만 쓸 수 있다. 그건 두일이가 아홉 살이기 때문이다. 많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쓸모없지도 않은 이 애매한 능력이 오히려 이야기의 재미를 만들었다. 난 이 설정에서 성경 속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매일 필요한 만큼만 만나를 공급받던 장면이 떠올랐다. 넘치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 주어지는 것의 의미.

 

학교에서의 모습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만 생기면 두일이 탓이 된다. 급식을 남겨도, 설탕 가루가 떨어져 있어도 모두 초능력 때문이라고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도 이 장면에서 이건 진짜 억울하다고 바로 반응했다. 두일이가 자신의 능력을 초능력인지 저주인지, 신의 장난인지 헷갈려하며 속상해하는 모습은 씁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일이는 자신의 능력을 좋은 데에 쓰려고 했다. 피구 시간에 좋아하는 친구 은하가 다칠 뻔했을 때, 도넛으로 막아 주는 장면은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아이도 이 장면을 가장 멋있다고 꼽았고, 내 눈에는 능력의 크기가 아니라 사용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또렷하게 보였다.

 

이야기 속 또 다른 축인 욕심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다. 별똥별을 맞아 초능력을 얻은 사람들 중 팔이 길어지는 능력을 가진 형이 등장하는데, 그는 자신의 능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유인해 게임을 만든 다음 돈을 벌어 훔친 초능력을 완전히 흡수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능력조차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의 대상으로 바뀌는 설정이 꽤 날카롭다.

 

두일이 역시 그의 함정에 속아 초능력을 빼앗길 뻔하지만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길게 늘어진 팔을 도넛으로 두 겹, 세 겹 꽁꽁 묶어 꽈배기처럼 만들어 버리는 장면은 참 통쾌했다. 삽화까지 더해져 그 우스꽝스러움이 오래 남았다. 유쾌한 웃음 속에서 욕심은 결국 스스로를 묶는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나는 어떤 도넛을 가지고 있을까?’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재능을 떠올리게 하고, 부모에게는 그 재능을 어떻게 바라보고 키워 줄지 생각하게 한다. 크고 대단한 능력이 아니어도 괜찮고 하루에 아홉 번뿐이어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일 것이다. 웃음과 공감, 그리고 조용한 깨달음을 함께 주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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