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기를 권합니다 - ‘열심히’의 저주를 끝내는 ‘적당히’의 지혜
리나 놈스 지음, 김미란 옮김 / 한문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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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살기를 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포기하지도 않지만 쏟아붓지도 않는다.”

이 한 문장이 이 책의 정체성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는 늘 둘 중 하나를 강요받는 듯하다. 죽도록 열심히 하거나, 아예 손을 놓거나. 그런데 이 책은 그 사이, 애매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지대를 제안한다. 바로 ‘적당히, 대충’의 영역이었다. 열심히 살아야 하냐는 질문에 유쾌하게 “굳이?”라고 답하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 ‘대충’이라니. 게으름을 미화하는 자기계발서인가? 읽어보면 전혀 아니다. 오히려 힘 빼는 법을 알려주는 꽤 진지한 생존 전략서라 하겠다.


책은 「대충 살기 선언문」을 시작으로 선택, 스타일링, 경력, 비건식, 집 꾸미기, 몸 챙기기, 희망 품기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럼에도 전력을 다할 일은 따로 있다”는 균형 잡힌 메시지로 마무리하고 있다. 무작정 손 놓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쓸데없는 데 힘 빼고 진짜 중요한 데 집중하자는 이야기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대충 집 꾸미기’다. 우리는 종종 SNS 속 완벽한 인테리어를 보며 좌절하지 않는가.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집은 화보가 아니라 생활 공간이라고. 쿠션 색 맞추기에 집착하기보다, 소파에 편하게 드러눕는 게 먼저라고. 수납 박스를 세트로 맞추지 못해도 괜찮고, 식물을 안 키운다고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괜찮다. 살아 있는 집이면 충분하다는 태도다. 이 대목에서 괜히 뜨끔했다. 괜히 손님용 컵만 예쁜 걸로 따로 모셔두고 있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대충 집을 꾸민다는 건 포기 선언이 아니라, “나 중심” 선언에 가까웠다. 보기 좋은 집보다 살기 좋은 집이 먼저라는 것.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데, 우리는 늘 남의 눈을 기준으로 집을 꾸며왔다.


또한 좋았던 점은 중간중간 들어간 위트 있는 일러스트였다. 복잡한 내용을 가볍게 정리해주고, ‘대충’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풀어줘 이해가 훨씬 쉬웠다. 덕분에 읽는 내내 부담은 줄고 공감은 늘었다. 이 책의 매력은 설교하지 앟는 대신 툭 던진다.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요즘처럼 뭐든 잘해야 할 것 같은 시대에, 이 한마디는 생각보다 큰 위로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대충 살자’가 아니라 ‘힘 빼고 살자’에 가깝다. 그리고 남는 에너지는 진짜 소중한 일에 쓰자고 말한다. 어쩌면 가장 열심히 살기 위한 가장 느슨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노력’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전력을 다할 일을 찾으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일에 전력을 다하지 말라는 것. 인생 전체를 100m 달리기처럼 살지 말고, 마라톤처럼 페이스를 조절하자는 메시지를 읽다 보면 묘하게 안심이 된다.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 남들만큼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늘 스스로를 채찍질해온 사람이라면 특히 그렇겠다.


적당히 해도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히 해야 망가지지 않는다. ‘대충’은 무책임이 아니다. 나를 소모하지 않는 방식의 책임감이다. 오늘은 집 청소를 완벽히 끝내지 못해도 괜찮겠다. 소파에 기대 앉아 이 책 한 권 읽는 걸로,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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