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나라를 향해
신혜영 지음, 박들 그림 / 쉬는시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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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나라를 향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동시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되, 그 시선이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해주는 것 같다. 시 속 화자인 아이는 어른들이 흔히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겨버리는 순간들을 오래 바라본다. 기다림, 서운함, 괜히 드는 걱정,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쁨 같은 것들이 시 한 편의 중심이 되어, 어른이 읽다 보면 동시이지만 자연스럽게 자기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엊그제 내린 눈이 쌓여있고 학교 울타리에 고드름이 매달려있는 걸 보았다. 이 동시집에 수록된 <고드름을 신고하세요이 생각났다. 차갑고 뾰족해 매섭지만 투명하고 반짝이던 고드름을 신고하다니 무슨 말이었을까. 아이의 목소리는 어른처럼 거창하지 않지만 아주 구체적이다. 고드름이 어디에 매달려 있는지, 누가 그 아래를 지나갈 수 있는지, 떨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를 차분히 상상한다. 이 상상은 두려움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먼저 떠올리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너무 뚱뚱해져도 안 되고 키가 너무 커져도 안 된다는 겨울바람의 말은 못 알아듣고 자꾸 몸집을 키우며 충격 주기 착지법만 생각하는 그런 고드름을 보면 신고하세요라는 구절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른들보다 더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 시가 대변해주는 것 같다.

 

동시집 제목이자 표제작인코끼리 나라를 향해>는 태국으로 가족 여행을 간 내용을 배경으로 하는데, 코끼리 다리가 절룩거리고, 태국 아저씨가 막대기로 코끼리를 치는 장면은 아이에게 혼란과 당혹, 동시에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여행은 단순한 즐거움과 환상으로 이루어지는대신, 아이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윤리적 시선과 생명에 대한 공감 능력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경험을 선사했다. ‘코끼리 나라를 향해 걸어가라고 하고 싶었는데 대공원 코끼리 차보다 훨씬 재밌고 신기할 거라 했던 친구의 말은 다 뻥이었다고 끝나는 동시에 여운이 남는다.

 

<마끼아또>도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할머니가 강아지 마끼아또를 마또, 마머시기, 모시기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모습이 마치 시장 어르신이 브로콜리를 부록걸이, 보리꼬리, 브로커등으로 써붙여놓은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어르신들이 간혹 이름을 잘못 부르긴 하지만 나도 키친타올을 치킨타올이라 종종 부르긴 한다.

 

동시답게 소재가 가족과 자연이 많아 좋았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땐 동시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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