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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충치까지 치료합니다 - 어른과 아이가 함께 찾는 동네치과 이야기
정유란 지음 / 오르골 / 2025년 12월
평점 :
마음의 충치까지 치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이 둘을 키우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치과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 정기 검진 알림장이 오면 마음은 이미 조마조마하다. 울고 떼쓰는 아이를 붙잡고, 치과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는 한숨을 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번에는 잘 지나가겠지’란 희망을 놓지 못한다. 치과는 어쩐지 늘 긴장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치과에 들어선 날,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는 모습에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아이들은 모르는 사이 떨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경험하다 보니, 치과를 다녀오는 날은 나도, 아이들도 지치고 마음이 한 겹 무거워졌다. 그런 나에게 <마음의 충치까지 치료합니다>는 마치 작은 위로처럼 다가왔다. 치과의사가 직접 쓰고,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에세이란 점에서, 나는 이 책이 단순한 ‘치과 이야기’를 넘어, 내 마음까지 살펴주는 기록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느껴지는 건, 저자가 아이들과 어른을 마주할 때 보여주는 섬세한 시선이다. 단순한 치료 과정보다, 마음을 먼저 살피는 그 접근 방식이 이 책이 다른 에세이와 달리 내 마음에 오래 남는 이유였다. <마음의 충치까지 치료합니다>는 치과의사 정유란 저자가 진료실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에세이로 전문서도, 자기계발서도 아니지만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치과에 대한 거리감이 줄어들었다. 치과 특유의 냄새, 기계 소리, 입을 크게 벌리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시간으로 여전히 몸이 먼저 긴장하는 나에게 이 책은 그런 기억을 가진 어른과, 아직 두려움을 배우는 중인 아이 모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저자는 환자를 단순히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사연과 감정을 가진 존재로 그린다. 진료 의자에 앉아 떨고 있는 아이, 아픔을 참아온 어른, 치과 문 앞에서 몇 번이나 발길을 돌렸을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선이 책 전반에 깔려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치과의사가 아니라 동네에서 오래 알고 지낸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든다.
물론 치과의사가 쓴 책답게 기본적인 치과 지식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치아의 개수부터 불소도포, 치아 건강상식까지. 하지만 설명하려 들기보다는 경험 속에 스며들게 한다. ‘몰라서 무서웠던 것들’을 차분히 풀어주면서, 치과가 꼭 아픔의 공간일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다정함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그래서 치과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도, 치과를 미뤄온 어른에게도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어진다.
<마음의 충치까지 치료합니다>는 이를 치료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돌보는 기록이다. 치아에 생긴 충치처럼, 마음에도 조용히 생겨난 두려움과 상처를 알아차리고 보듬는 과정. 책을 덮고 나면 다음 치과 예약이 조금은 덜 무섭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은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