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사냥꾼
세라핀 므뉘 지음, 마리옹 뒤발 그림,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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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사냥꾼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얼음 사냥꾼>은 아이를 위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삶의 무게를 아는 어른에게 더 오래 머무는 그림책이었다. 추위를 견디지 못해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남아서 얼음을 자르는 아버지의 모습은 각자의 생존 방식이자 선택의 결과다. 자연과 노동, 이주의 문제를 정서적으로 엮어내어 생태 환경의 변화와 인간의 선택이 어떻게 삶의 형태를 바꾸는지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바이칼 호수의 겨울을 배경으로 그려진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의 오래된 공존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혹독한 추위를 피해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는 풍경은 너무 쓸쓸했고, 얼음을 자르는 아버지의 노동은 사라져 가는 생태적 균형을 붙잡으려는 마지막 몸짓처럼 느껴졌다. 꽁꽁 얼어붙은 시베리아지만 이 이야기가 들려주는 것은 정지된 시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순환이었다. 표면만 보면 호수는 단단한 얼음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숨 쉬는 물과 수많은 생명이 존재했다. 이중적인 풍경은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소년 유리의 감정과도 닮아 있다. 얼음 위를 가르는 아버지의 발자국, 투명한 얼음 속으로 비치는 빛, 다시 돌아올 시간을 알고 있는 기다림 속에서 유리는 기쁨과 경이로움, 그리고 설렘을 함께 경험한다.

 

떠남과 머묾은 대립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지속하게 하는 선택으로 그려진다. 유리는 그 사이에서 세계를 배운다. 얼음이 차갑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얼음이 깨지면 물이 되고, 물은 다시 생명을 품는다는 것을 몸으로 이해한다. 얼음 아래 숨겨진 생명처럼, 조용한 장면들 속에는 살아가는 기쁨이 차분하게 흐른다. 그래서 삶이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을, 가장 차가운 풍경 속에서 가장 따뜻하게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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