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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 판다 푸딩 ㅣ 이야기 반짝 15
한유진 지음, 김민우 그림 / 해와나무 / 2025년 12월
평점 :
데굴 판다 푸딩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귀엽다’는 첫인상 뒤에 오래 남는 여운을 가진 동화다. 푸딩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판다라는 설정만으로도 아이들의 웃음을 끌어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움직임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처럼 느껴진다. 멈춰 서서 완벽해지기를 기다리기보다, 조금 서툴고 느려도 계속 움직이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존재가 바로 푸딩이다.
푸딩이 돌보는 작은 씨앗은 금세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푸딩은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 같은 마음으로 씨앗을 바라본다. 이 모습은 아이들에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한다. 아이를 키우며 자주 조급해지는 순간들, 이를테면 빨리 자라길 바라고, 빨리 잘하길 바라는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고, 읽을수록 아이보다 오히려 어른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특히 푸딩이 목소리가 작은 다람쥐 초록이에게 ‘울림의 메아리 나무’ 대나무 통에서 꺼낸 씨앗을 선물로 주었더니 초록이가 용기를 내어 목을 다듬고 크게 소리를 내게 되어 친구 연두와도 재밌게 지낼 수 있던 에피소드가 좋았다. 나도 어릴 적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자신감 없이 이야기한 적이 많아 초록이의 마음이 이해되었는데, 정작 우리 아이에겐 크게 얘기 못하냐고 다그친 적이 있어서 반성하게 되었다.
숲과 친구들, 그리고 푸딩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장면들은 자연과 관계를 대하는 따뜻한 시선을 느끼게 한다. 책에선 푸딩과 느루거북의 서로 다른 생각이 비교되며, 인위적인 힘으로 숲을 지키려는 느루거북의 방법과, 자연의 치유력을 믿고 씨앗을 키우는 푸딩의 방식이 대비되기도 했다. 이 차이는 자연의 소중함과 각각의 방식이 가진 가치를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숲의 친구들은 모두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누군가는 빠른 해결을 원하고, 누군가는 시간을 믿는다. 누군가는 손을 대야 안심하고, 누군가는 기다리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푸딩은 자연을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본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강하게 개입하지도 않는다. 대신 곁에 머물며 지켜보고 돌본다. 그 모습은 자연을 지킨다는 것이 꼭 무언가를 바꾸거나 통제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곧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이 틀림은 아니라는 점 말이다. 아이에게도 “어떤 방법이 맞을까?”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를 묻게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은 무엇이 옳은지 말해 주지 않는 대신 푸딩의 행동을 따라가며 독자가 스스로 느끼게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부담 없고, 어른에게는 생각할 여백이 남는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푸딩의 느린 움직임과 조용한 마음이 오래 기억에 남는 동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