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빠 기억나?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131
마르코 발자노 지음, 리카르도 구아스코 그림, 조국래 옮김 / 내인생의책 / 2025년 9월
평점 :
아빠 기억나?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이 책은 가족, 특히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그림책이다. 마르코 발자노는 평소 성인 문학에서도 주로 삶의 진실을 묵직하게 다뤄 온 작가인데, 이 작품에서는 일상의 작고 따뜻한 순간들에 주목했다. <아빠 기억나?>는 아이와 아빠 사이에 쌓인 작고 특별한 순간들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되짚어준다. 함께 웃었던 순간, 코를 고는 아빠를 보다가 하얀 곱슬머리를 발견한 기억, 처음 학교에 등교할 때 교문 철창살을 붙잡고 눈을 떼지 못하던 아빠 등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값진 시간이었는지를 조용히 보여 준다. 어떤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이 없는데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작가가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전거 보조바퀴를 떼는 에피소드는 아이의 두려움과 아빠의 기다림이 함께 담긴 장면이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아이는 혼자 앞으로 나아가고, 그 순간 아빠는 더 이상 잡아 주지 않는다. 아이는 스스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빠는 뒤에서 “가자, 챔피언!”이라고 외친다. 이 장면은 아이의 독립과 성장, 그리고 아빠의 믿고 놓아주는 사랑을 보여 준다. 또 다른 에피소드인 신발을 사러 가는 장면은 일상의 소소함 속에 담긴 애정을 느끼게 한다. 아이는 새 신발을 고르며 이 신발로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지 상상한다. 평범하지만 아이에게는 “나를 잘 알고 챙겨 주는 어른이 곁에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순간이다. 신발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걸어갈 시간과 길을 상징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책은 단지 “아빠와의 추억”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정서적 유대와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키워준다. 성장의 순간을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넘어지고, 기다리고, 함께 고르는 평범한 장면 속에 아이는 자라고, 부모는 한 발 물러선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을수록 지금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한다. 아이에게는 공감과 안정감을, 어른에게는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