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남은 김미자
김중미 지음 / 사계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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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남은 김미자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모든 기억을 잃어 갈수록 엄마만 남은 김미자라는 제목이 슬프고 묵직하게 남는다. 픽션이 아니라 실제 경험 기반의 에세이이므로, 잔잔하게 사유하고 싶은 내게 필요한 책이었다. 어린이·청소년 문학과 사회적 소수자 이야기를 오랫동안 다뤄 온 김중미작가님이 이번 책에서는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썼다. 단순한 가족 서사가 아니라, 한 가족의 시간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와 구조적 배경을 그리면서도 작가의 삶은 엄마, 할머니로 이어지는 세대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인지장애가 온 엄마를 돌보는 경험을 써내려가면서 모든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에게 남은 정체성은 엄마라는 사실뿐이라는 걸 고백한다. 작가를 알아보진 못해도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는다는 그 문장에 목이 메인다. 하지만 작가는 슬픔을 앞세우지 않고 대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엄마가 아니라면, 김미자는 누구였을까.” 엄마의 옛기억과 잃어가는 기억을 따라가며.

 

한편, 작가가 성장하며 경험한 공동체적 돌봄과 삶의 지혜를 에세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에세이와는 달리 작가가 개인적 기억을 넘어 가족의 연결망과 공동체를 함께 조망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었다. 회고를 넘어서 사회적 맥락 속 개인의 삶을 읽어내고 있었다. 한센병인 문둥병 환자라고 하는 걸인들이 집집마다 구걸을 다닐 때 곁을 내준 동두천 시절이라든지, 코로나로 외부인 출입이 막힌 시절 가족의 사랑이 구조적인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것 또한. 특히 코로나 시기는 돌봄이 얼마나 쉽게 단절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결정적 국면이라 할 수 있었다. 제목처럼 (낯선 공간에) 엄마만 남은 김미자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은 엄마의 삶을 영웅적으로 복원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그래서 더 많은 한국 여성들의 삶과 닮은 생을 조심스럽게 펼쳐 보여 인상적이었다. 슬픔을 울리지 않고 생각하게 만드는, 김중미다운 기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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