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겨울빛

겨울빛 ㅣ Dear 그림책
문지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2월

겨울빛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따뜻한 온기와 차가운 겨울바람이 교차하는 순간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 문지나 작가의 <겨울빛>은 단순한 겨울의 풍경을 넘어서, 그 계절이 주는 정서와 인간 내면의 감정을 깊이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간결하면서도 감정이 묻어나오는 일러스트는 사람들의 표정, 손끝의 떨림, 눈 속에서 쏟아지는 빛의 미세한 변화까지도 포착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겨울날 일상의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저녁의 온기’나 ‘방 안에 노랗게 퍼져 나가는 귤 향기’는 서정적인 감동이 느껴졌다. 특히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 분위기를 제대로 잘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마치 겨울날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손에 들고 있는 듯한 편안한 기분같은 것 말이다.

일러스트는 한 장면, 한 장면이 현실과 꿈의 경계에 살짝 걸쳐 있는 듯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또렷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색과 여백, 흐릿한 윤곽만으로 감정이 먼저 스며든다. 눈 덮인 골목, 불이 켜진 창문, 김이 오르는 거리의 공기 같은 장면들은 실제보다 더 느리게 숨 쉬는 것처럼 보인다. 특정 인물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풍경은 비어 있지 않다. 오히려 사람이 빠진 자리만큼 겨울의 온기가 또렷해진다. 누군가 막 지나간 듯한 발자국, 저녁을 준비하는 집 안의 불빛이 조용히 상상된다. 그 몽환적인 겨울 풍경은 쓸쓸함보다 포근함에 가깝고,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깊게 전해주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