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빙산 - 김상미의 감성엽서
김상미 지음 / 나무발전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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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빙산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괴테의 시에서 출발한 한 문장이, 김상미 시인의 삶과 언어를 통과하며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삶이 언제나 달콤하지는 않다는 사실, 그리고 그 차가움을 외면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깊은 온기가 생긴다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산문집 <달콤한 빙산>은 봄 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에 빗대어 목차를 구성하고 있어 제목이 들어가 있는 겨울부터 먼저 읽었다.

 

시인께서 살고 있는 동네 종로구 화동을 검색해보았다. 행정동으론 내게 더 친숙한 삼청동이었다! 정독도서관이 있고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정답게 살아있는 동네. 친구에게 쓴 편지글의 형식으로 이곳에서 책 귀신들을 많이 만난다는 유쾌한 이야기를 풀어주신다. 분서갱유의 희생물이 된 책들이랄지 장님 수도사가 책에 독을 묻혀가면서도 은폐하며 보호하려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같은 책을 시인은 읽고 싶다고 말했다. 죽은 책들의 묘지를 서성이는 외로운 책벌레라는 표현도 진심으로 와닿았다. 사라진 책들은 책 귀신이 되어서라도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거라는 기대가 나도 있다. 새해엔 그리운 시마가 찾아와 이곳저곳 쪼개져 흐르던 감성들이 한 줄기 시내를 이루며 시인에게 흘러오듯 내게도 펜을 든 손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에 한자락 흘러들어왔으면 좋겠다.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작품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인이 만났던 언어로 이루어진 무수한 피라미드가 내 앞에 우뚝 선 기분이다. 오르고 싶다. 재즈같이 활기차고 변화무쌍한 여름 바다도 내년 여름엔 잊지 않고 찾아보리라. 내 울렁거리는 감정만이 파도가 아님을. 힘있고 새하얀 포말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며 출렁거리는 파도를 찾아하리라. 가을엔 시인처럼 올리버 색스와 함께 매혹적인 슬픈 동화같은 세상을 만나보고 싶다. 만나는 장소는 커피 예찬자인 시인처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서 말이다. 산문집을 읽을수록 기분이 설렌다. 책덕후의 덕질을 부추기는 기분 좋은 설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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