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더라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더라
꿈꾸는베프 엮음 / 신생(전망) / 2025년 11월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더라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더라>는 글쓰기를 ‘기술’이나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로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써 내려간 기록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글을 쓰느냐”는 질문 자체가 얼마나 무례한지 조용히 반박한다. 이들에게 글쓰기는 취미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가장 치열한 방식이다.

제목부터 솔직하다.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고백은 곧, 이 책에 담긴 문장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지나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문장은 매끈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투박함이 오히려 글의 진짜 온도를 만든다. ‘잘 쓴 글’이 아니라 ‘끝까지 써 낸 글’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울림을 준다.

이 책은 누가, 어떤 조건에서 썼는지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쓰고 싶었지만 쓰기 어려웠던 순간들, 문장 앞에서 머뭇거린 시간, 끝내 한 줄을 완성하기까지의 고투를 담담하게 기록한다. 그래서 이 글들은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조용히 쌓여 독자에게 도달한다. 자신의 위치를 해명하지 않고, 오로지 쓰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그 태도는 오히려 이 책을 보편적인 글쓰기의 기록으로 만든다. 책은 잘 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왜 끝까지 쓰는 사람이 드문지를 보여준다. 글을 쓰는 일의 무게를 정직하게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시각장애를 극복담이나 감동 코드로 소비하지 않아서 더욱 좋다. 개인적으로는 김진아님의 <벚꽃 엔딩>의 시구절이 마음에 든다. ‘마음에 생기를 주는 벚꽃만의 웃음의 매력 딱 1년에 한 번 채울 수 있는 마음의 수혈’ 이라는 싯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