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어요
베네데타 산티니 지음, 박건우 옮김 / 데이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플라톤, 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행복은 불안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자유의 현기증이라 말하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불안은 필수품일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책 <플라톤, 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어요>은 우리네와 다를 것 없는 여덟 명의 아토포이에 관한 기록이다. 아토포이는 과거 철학자들을 의미했으며 제자리를 벗어난 사람들을 뜻했다. 고통스러운 탐색과 한걸음 물러선 외부자의 시선을 가진 철학자들 또한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무런 특별함이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혔던, 힘겨운 자신만의 싸움을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의 생각과 이론을 어렵고 추상적으로 여겨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정작 아토포이였던 철학자들도 똑같은 인간이었으며 인간적인 고뇌에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책엔 실존인물 8명이 등장한다. 탈레스부터 니체까지. 저자는 고대 문헌에 기록되었거나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 또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창작되었지만 실제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이야기들을 구성하여 가독성을 높였다. 이를테면 쇼펜하우어가 헤겔의 강의와 같은 시간에 자신의 강의를 배치했던 그 해에 <자기 자신에게>를 쓰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나 그가 강의실에 홀로 남겨졌을 때 바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경우 같은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가장 어리석은 실수로 정의한,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는 욕망을 멈출 때에야 비로소 행복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행복을 찾아 외부로 시선을 돌릴 때마다 실제로는 행복에 등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 자신에게 충실한 것은 친구에게 의리를 지키는 것과도 같아 자신만의 독특함에 충실할 때 비로소 고독은 우리의 진정한 협력자가 된다고도 했다. 자신을 존중하고 스스로를 가장 친한 친구로 삼은 사람은, 자기 자신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니까. 책에 나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에피소드도 인상적이다. 터무니 없는 험담을 지어내는 이들에게 보인 반응말이다. 스승의 성격을 떠보기 위해 약간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던 상황에서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제자 알렉산드로스가 질문한다. “화나지 않으십니까?”. “내가 없을 때는 그들이 나를 채찍질하게 내버려두게나.”. 이 수수께끼같은 말을 그가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어리석게 보일까 두려워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고 이런 자존심은 많은 젊은이들의 약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호기심이 자존심을 이기고 시간이 지나 스승 앞에 다시 질문한다. “그 말씀이 무슨 뜻이었습니까?”. 없는 사람을 채찍질하는 것은 허공에 채찍질하는 것과 같고 누군가의 등 뒤에서 험담하는 것은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스승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혹여 면전에서 그런말을 한다해도 그가 말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듣지 않으면 된다고 유쾌하게 말한다. ‘걱정이라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치 마음 속 거미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끈질기게 응시하고 있는 에너지 낭비를 어떻게 떨칠 수 있는지 명쾌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정한 철학자의 뿌리 깊은 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불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이들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으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